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국민의힘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에 함부로 찬성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개정안에 대한 제1여당의 모호한 태도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지지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심의 과정에서 일부 수정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법 자체의 내용에만 치중한 나머지, 국가와 정권의 자의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이번 기회에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정당답게 시장과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 줬으면 한다”며 “배임죄 등 국가의 자의적 권한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부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 등, 진짜 해야 일을 먼저 하거나, 아니면 조건으로 걸기라도 하라는 뜻이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에 함부로 찬성하면 안 된다고 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기업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처벌 받을 일이 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운을 뗀 뒤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느냐다. 우리는 국가권력이 기업을 죽이고 살리고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사례로 ‘배임죄’를 들었다. 김 전 위원장은 “손실을 끼친 경우만이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하는 등 배임죄 혐의는 세계에서 가장 넓게 인정되고 있다”며 “또 모호한 부분이 많아 유무죄의 예측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니 검사 한 두 사람 스폰서 하고, 유력 정치인하고 악수하는 사진 하나라도 있어야 안심이 된다는 자조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시장의 자정기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면 긍정적인 면을 담고 있다”면서 다중대표소송제도,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또 “사익편취 규제대상 강화, 전속고발권 폐지 등도 시장의 역할과 질서를 바로 잡는데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국가 권력이 강한 가운데, 또 그 자의적 행사의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데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시장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궁극적으로 국가권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또 “종국에는 시장의 자율성과 자정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테면 배임죄와 횡령죄에 대한 국가의 자의적 권력이 강한 가운데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배임과 횡령을 둘러싼 고소와 고발의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기업은 그 만큼 더 검찰 등 국가권력의 눈치를 보게 된다. 기업의 기는 그만큼 떨어지고, 경제도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자답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제언을 하면서 대안도 내놓았다. 그는 “국가의 자의적 통제를 약화 시키고 시민사회와 시장에 의한 감시·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기업답게 활동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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