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불교계 지도자와의 간담회에서 ‘적폐청산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여론도 많다’는 고언을 듣고 “그(적폐청산) 때문에 야기된 갈등, 분열, 이런 게 염려돼 통합조치가 이뤄지길 바라는 말씀 아니신가 한다”며 “협치, 통합된 정치를 위해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13명의 불교계 지도자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서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스님은 “코로나 방역과 모든 부분에서 대통령님의 영향이 크다”며 “불교계가 어려운데 격려를 내려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 “좋게 생각하는 국민도 많다”면서도 부정적 여론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불교계의 ‘파사현정(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의 정신이 있는 만큼 적폐청산 자체를 불교계도 반대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파스님의 고언을 청취한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협치’를 꼽으면서 “정치가 해내야 할 몫인데 잘 못하고 있다”며 “정치에서 갈등이 증폭되다 보니 심지어 방역조차 정치화됐다. 방역에는 그야말로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야 하는데 일각에선 방역협조를 거부한다든지, 왜곡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정치 갈등이 이어져서 일어난 현상”이라며 “하지만 통합은 절실한 과제고 통합을 위해 불교계도 역할을 해주시기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불교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불교계가 코로나 방역에서 아주 솔선수범하고 모범이 돼주셔서 다시 감사드린다”며 “그런 이면에 불교계의 어려움이 많다. 문화재 보수, 전통사찰 지원 등의 말씀을 집중해주셨는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께서도 의지를 말씀해 주셨다”며 종교계 협의체 등을 통해 극복해 나가자고 밝혔다.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은 전통사찰 문화재보호관리 등의 지원책을 종교계 협의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불교계 지도자들은 간담회 이후 조계종 종정인 진제 대선사가 친필로 ‘만고휘연(萬古徽然)’이라고 쓴 휘호를 함께 관람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문 대통령에게 “만고에 길이 빛나는 대통령이 되시라는 뜻”이라고 설명하자 문 대통령은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그렇게 돼야겠지요”라고 답했다.
덕담도 오고 갔다. 스님들은 ‘청와대가 건강해야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 ‘대통령님 힘내시라. 대통령님이 힘을 내셔야 저희도 힘낼 수 있다’ 등의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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