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8일 정부 여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과 관련해 “기업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당내 의견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기업규제 3법 입법에 찬성 의견을 밝힌 데 대해 경영계는 물론 당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쏟아지자 원내사령탑으로서 일단 신중론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공정경제 3법은 쟁점이 워낙 여러 가지”라며 “국회 정무위원회와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을 들으며 입장을 정리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하나 따져봐야 할 사안이 참 많다. 내부 정리를 위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단체들은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의 정기국회 처리를 앞두고 ‘막판 릴레이 호소’에 나서고 있다.
경제민주화 방향성을 들어 법안에 원칙적 찬성 의사를 밝힌 김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여야 수장들을 만나 법안의 편향성을 지적하고 경영계의 반대 의견을 마지막까지 호소하기 위해서다. 재계는 특히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주주 지분율을 근거 없이 제한하는 등 주식회사의 근간을 훼손하고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오는 23일 김 위원장을 만나 기업규제 3법을 비롯해 경영활동을 제약할 것으로 우려되는 법안들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을 전할 계획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손 회장 회동 하루 전인 22일 김 위원장과 이 대표를 각각 만난다. 지난 15일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김 위원장을 찾아간 데 이어 경제단체장들이 잇달아 기업규제 법안의 편향성을 정치권에 호소하는 모양새다.
특히 손 회장과 김 위원장의 만남에는 경총 회장단 일부가 동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최고경영자들인 경총 회장단이 손 회장과 함께 정치권 인사를 찾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기업규제 3법에 대한 경영계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규제 3법의 핵심인 상법 개정안은 1인 이상의 감사위원(이사)을 분리선임하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대주주가 지분 30%를 갖고 있어도 감사위원 선임 때는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사회 구성 절차에서 경영을 책임지는 대주주의 손발이 묶이는 반면 펀드나 경쟁사 등 대주주에 반대하는 세력이 연합하면 대주주를 뛰어넘는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기업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불러올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 밖에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밸류체인(GVC)이 약화되며 거래 내부화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거꾸로 과도한 규제가 도입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손 회장은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규제 3법뿐 아니라 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기업활동을 옥죄는 다른 법안에 대해서도 경영계의 입장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은 국내 노사관계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손 회장은 다음주 김 위원장을 만난 뒤 이 대표와 안 대표 등 다른 당 수뇌부도 이른 시일 내에 찾아갈 계획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176석만으로 단독입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대표와의 만남이 경제단체 입장에서 더 절실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경영계가 이 같은 법안을 무조건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소한의 대응권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라며 “여야 대표를 만나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한상의도 정치권 설득에 나선다. 박 회장이 22일 김 위원장과 이 대표를 모두 만날 예정이다. 박 회장은 김 위원장을 만나 기업 옥죄기 법안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기업규제 법안들을 발의해 밀어붙이고 있는 이 대표에게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계 입장에서 기업규제 3법은 경영활동에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법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치권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변수연·임지훈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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