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년의 눈높이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려면 채용, 교육, 병역, 사회, 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체감되어야 한다”며 “병역 비리, 탈세 조사, 스포츠계 폭력근절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특혜 의혹으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율 이탈이 감지되자, 공정사회를 향한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며 국정동력을 회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제1회 청년의 날을 맞은 이날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정부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달 시행된 청년기본법에 따른 첫 정부 공식 기념식으로 방탄소년단(BTS)과 피아니스트 임동혁 등 각계각층의 청년들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그간 추미애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며 선을 그어왔다. 문 대통령도 기념사에서 이번 논란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병역 비리 등 공정의 가치에 위배되는 다양한 문제를 거론하며 간접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공정’ ‘공정경제’ ‘불공정’ 등 공정 관련 단어를 37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저는 여러분과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또한 청년들과 함께하고자 했고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불공정하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듣는다”고 인정했다.
이어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 같은 불공정의 사례들을 본다. 공정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불공정도 있었다”며 ‘제도 속의 불공정’, ‘관성화된 특혜’, ‘공정이 초래한 다른 불공정’ 등을 예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을 의식한 듯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해소하는 일이 한편에서는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다”며 “공정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공정에 대해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공정사회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지만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착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시행착오나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공정의 길로 가야 한다는 신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청년들이 그러한 신념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공정사회를 향해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병역 외에도 채용, 부동산 등 청년층의 민감 이슈도 짚었다. 문 대통령은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한 공공기관 채용실태의 전수조사는 매년 계속될 것”이라며 “서열화된 고교체계를 개편하고 대입 공정성을 강화하는 교육 개혁도 착실히 추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안정, 청년 등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 등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며 “주택 공급 확대를 차질없이 추진하며 신혼부부와 청년의 주거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공정사회의 기반인 권력기관 개혁 또한 끝까지 이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촛불혁명의 정신을 ‘공정’으로 못 박은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는 청년들의 경제활동에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를 대부분 해소했고 하도급, 가맹점,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했다. 상법 등 공정경제 3법까지 갖춰지면 현장에서 그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에 대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청년들은 세계 최고의 ICT 환경 속에서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과 함께 생활했기에 비대면 중심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가장 빠르고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세대”라며 “누구도 가보지 못한 낯선 길이지만 그 길을 가장 창의적이고 용기 있게 갈 수 있는 세대가 바로 대한민국 청년”이라고 힘을 불어넣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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