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한국에서 군대 문제는 뜨거운 관심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에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군대 문제와 관련해 추 장관 전에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대표적 인물은 인기가수였던 유승준(스티브 유)이다. 주목할 점은 유 씨와 비슷한 방식의 병역 기피 사례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무직인 A씨는 2015년 국방의 의무를 앞두고 있었다. 나이가 찬 상황에서 마땅한 직장도 없어 병무청의 부름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신체검사에서 질병 등을 사유로 6급 판정을 받으면 병역이 완전히 면제된다. 해당 사항에도 포함돼지 않았던 A씨는 대담한 계획을 세웠다. 바로 한국을 뜨는 것이었다.
유승준의 미국 국적 취득이 A씨의 모범사례였을 것이다. 인기가수였던 유 씨는 2002년 미국 시민권 취득을 통해 군 입대를 피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의 경우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 시민권 취득은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A씨는 달랐다. 그에게는 가족이라는 믿을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대신 그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 국민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한국 군대 대신 미국 군대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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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일단 여행 비자를 받아 2015년 말 미국으로 떠났다. 병역의무자로서 국외여행 허가를 받은 사람이 허가기간 내에 한국에 돌아오기 힘들 경우 병무청의 기간연장허가 또는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국군 입대 방안을 마련 중이었다. 하지만 도망간 곳에 낙원은 없는 법이다. 한국 군대를 피하기 위해 미국 군대에 가겠다는 발상은 순진하다 못해 철이 없다고 여겨질 수 있다. 그는 결국 한국에 돌아오게 된다.
귀국 후 병역법 위반으로 A씨는 법정에 서게 됐다. 병역법 제70조 3항이 규정하는 병역의무자의 국외여행허가를 어긴 게 그의 죄목이 됐다. 법정에서 그는 범행을 자백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늦게라도 군 입대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초범이고 향후 군대에 가겠다는 법정 증언을 듣고 양형조건을 정한 것이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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