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대작 ‘뮬란’이 한국 개봉 첫 주말 흥행에 실패했다. 코로나 19 영향이 크긴 했지만 개봉 전 자초한 여러 논란에 작품 완성도에 대한 혹평까지 더해진 탓이다. 이에 뮬란의 주말 관객 수는 박스오피스 1위 ‘테넷’을 넘지 못했고, 실시간 예매율에서는 BTS 다큐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에 크게 밀렸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뮬란은 토요일이었던 19일 하루 동안 관객 5만 1,271명을 동원했다. 이에 따라 뮬란은 5만 3,750명을 불러들인 테넷에 이어 당일 박스오피스 2위에 머물렀다. 제작비가 2억 달러(약 2,376억 원)에 달하는 대작의 첫 주말 성적표치고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개봉한 테넷의 경우 코로나 위기가 다시 고조되던 상황에서 개봉했음에도 개봉 4일 차에 54만 명 이상 동원했지만 뮬란은 같은 기간 10만 명을 간신히 모으는 데 그쳤다.
추석 연휴를 기대해 볼 수 도 있지만 뮬란이 뒷심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개봉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세계 각국 스크린 상영을 계기로 더 커지는 모양새다. 개봉 전 주연 배우 유역비, 견자단 등이 홍콩 민주화 시위대를 탄압하는 중국 정부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던 데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개봉 후에는 영화 엔딩 크레딧에 들어간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공안국에 대한 감사 문구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신장 위구르는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들이 수년째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고 있는 지역이다. 주연 배우들의 친중국 행보를 비판해온 홍콩 시민 운동가 조슈아 웡은 지난 12일 영국 인디펜던트 기고 글에서 “뮬란은 신장 위구르 위기를 눈가림하려는 민족주의 드라마일 뿐이다”고 다시 한 번 영화에 대한 보이콧을 호소했다.
심지어 VOA(미국의소리)방송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조야에서는 뮬란 이슈를 계기로 “중국의 반민주적 요구에 알아서 기고 있는 할리우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초당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작품성이 뛰어나다면 영화 외적 논란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겠지만 뮬란은 이마저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즈니 특유의 여성 서사를 강조했다지만 ‘충(忠)’과 ‘효(孝)’라는 중국의 유교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현 시대 상황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중국의 감시 자본주의가 시대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1인 왕권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이야기 전개는 여러 장면에서 불편하다.
황금 연휴를 앞두고 개봉예정작이 꽉 차 있다는 점도 뮬란의 흥행에 악재다. 지난달 말 코로나 위기 격상 이후 개봉을 미뤄온 크고 작은 영화들이 추석 연휴를 노리고 개봉 준비에 들어갔다. 디바·검객·아웃포스트(9월 23일), 국제수사·그린랜드·담보·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9월 29일), 돌멩이·해수의 아이(9월 30일) 등이 대기 중이다. 심지어 24일 개봉하는 BTS 다큐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는 20일 오전 현재 실시간 예매율 43.7%를 기록하며 뮬란의 예매율 11.4%를 4배 이상 넘어 섰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