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탄소배출 저감, 일자리 창출, 경제부흥 토대 마련을 목표로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이 중심축인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그린뉴딜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오래된 공공임대주택 그린 리모델링이다.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함께 오는 2022년까지 1조7,454억원을 투자해 18만5,650가구의 에너지성능을 향상하고 효율을 개선하는 계획이다. 임대주택의 공공성과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를 고려할 때 매우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오랫동안 ‘건축물 중심 그린뉴딜’의 필요성을 언급해온 만큼 크게 반가운 마음이다.
그린 리모델링을 통한 에너지 성능은 화석에너지 제로 수준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번 사업으로 몇 가지는 꼭 반영하면 좋겠다. 먼저 벽체의 단열성능을 강화하면서 벽과 모서리마다 얼룩진 결로와 곰팡이를 제거하고 다시는 동일한 하자가 일어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 혹한·폭염, 그리고 강한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창문과 현관문은 단열과 기밀이 우수한 것으로 교체하고 보일러와 에어컨, LED 조명은 고효율 제품으로 적용해야 한다. 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바이러스를 생각한다면 열회수형 환기장치 설치가 필요하고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해 최소한의 에너지는 스스로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 ‘빅 데이터 사회’ 구현을 위해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을 분리 계측할 수 있도록 하되 이 모든 것들이 설계과정에서 꼼꼼히 반영되면 좋겠다. 그런데 이게 다 ‘돈’이라서 지레 손사래 칠까 우려된다.
필자는 지난 1993년에 준공된 아파트 1개 동을 대상으로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1++’ 수준이면서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 5등급을 만족하는 그린 리모델링 공사비(2019년 기준)를 산출한 적이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외단열, 창호, 조명, 환기, 태양광 모듈 그리고 정보기술(IT) 관련 비용만 계산해도 대략 가구당 1,700만원(60m²)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에너지 성능 향상에만 투자할 수 없기에 여기에 누수 부위 개선, 세대 간 소음방지, 바닥난방 등 설비 배관 교체, 내·외부 마감, 싱크대 재설치, 그리고 전기설비 교체 등까지 포함하면 가구당 2,900만원(60m²)이 더 필요했다. 물론 공사범위와 현장 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설계비와 감리비, 구조보강공사비, 그리고 공사기간 동안 세입자 이주대책까지 추가한다면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현재 공공임대주택 그린 리모델링에 투입하겠다는 비용을 가구당으로 나눠 개략적으로 산출하면 940만원 선이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중산층도 살고 싶은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으로 거듭나기에는 그 액수가 상당히 부족하지 않나 싶다. 차라리 대상 물량을 줄이면서 보다 오래된 임대주택을 하나라도 제대로 설계하고 시공하는 방향으로 가면 어떨지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그리고 18만가구가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중 20년 이상이 50만가구(2019년 기준)가 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오래된 아파트의 하자보수와 유지관리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그린 리모델링을 연차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물량 확보에도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또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2030년까지 건축물 분야에서 6,45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 그린 리모델링이라면 이에도 일조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그린 리모델링 단기계획이 2030년 아니 2050년을 바라보는 중장기 계획으로 정교하게 보완되면서 확실한 성과를 목표로 현실감 있게 추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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