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건조한 환절기를 맞아 감기·세(細)기관지염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유아는 감기에 걸리면 중이염까지 함께 앓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1,970만명이 진료를 받은 감기는 바이러스·세균 감염에 의한 상기도(上氣道·코와 입안~후두) 감염이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공기 중의 세균·바이러스 침입에 취약해져 발생한다. 콧물·코막힘을 동반한 코감기, 침·음식을 삼킬 때 목구멍 통증을 동반한 편도염과 감염성 후두염, 그리고 상부 기관지염 등을 아우른다.
목감기로 후두에 염증이 생겨 빨갛게 붓고 열이 나며 목에 이물감이 느껴질 정도가 되면 주변의 편도·인두·기관지 등으로 염증이 퍼져 침·음식을 삼킬 때 목구멍에 통증을 느끼고 목소리가 쉬거나 갑자기 나오지 않거나 기침·콧물·코막힘·가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급성 후두염은 면역력이 약하고 어린이집·학교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영유아·어린이는 물론 30세 여성 등도 잘 걸린다. 심해지면 숨을 쉬기 힘들어지고 발열·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영유아는 기도가 성인보다 좁아 컹컹 울리는 기침,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급성 폐쇄성 후두염(크루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주형로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전문의는 “초기에는 바이러스성 염증으로 보고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는데 3~4일 지나 누런 가래, 점막 염증 소견이 심하면 세균성 염증으로 판단해 항생제를 쓴다”며 “급성 세균성 후두염의 경우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기관지염·폐렴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면역력이 약한 10세 미만 어린이가 잘 걸리는 세기관지염은 기관지 중 가장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이 침투해 발생한다. 지난해 119만여명이 진료를 받았는데 10세 미만이 51%를 차지했다.
감염 후 증상 발현까지 보통 4~5일의 잠복기를 거친다. 세기관지염에 걸리면 2~3일간 발열·기침·콧물·목아픔·가래 증상을 보인다. 분비물이 늘어 세기관지를 막으면 산소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가쁜 숨을 내쉬고 저산소증·호흡곤란을 초래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천식·기관지폐이형성증 등 폐 질환이 있는 어린이에게는 심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발열은 대개 아주 심하지는 않으며 증상에 따라 해열제·기관지확장제 등 대증적 요법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RSV가 원인일 경우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듣지 않고 예방 백신이나 잘 듣는 항바이러스제도 없다.
감기 바이러스는 환자가 기침할 때 튀는 작은 침방울과 함께 다른 사람의 점막으로 들어가 전염된다. RSV·독감 바이러스는 이런 경로는 물론 환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환자가 만진 문, 버스·지하철 손잡이, 물품 등과 접촉한 뒤 눈·코·입 점막 등을 만지면 전염될 수 있다.
김창근 인제대 상계백병원 천식알러지센터 교수는 “RSV 감염으로 인한 세기관지염은 1세 미만 영아들이 잘 걸리고 호흡기 증상이 많은 반면 독감은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잘 걸리고 고열·근육통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영유아는 감기 후유증으로 중이염을 앓는 경우가 많으며 재발의 위험도 높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만성 중이염으로 이어지면 청력 이상으로 언어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적기에 치료해야 한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하면 폐렴은 물론 급성 중이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중이염은 세균·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 코와 귀를 연결하는 이관(耳管)의 기능장애 등으로 가운데 귀(고막~달팽이관)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돌 이전의 영유아는 이관이 짧고 직선으로 돼 있어 콧물과 함께 귀로 감염균이 넘어가기 쉽고 중이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높다. 감기에 걸리면 이관을 덮고 있는 점막에 염증이 생기고 부으면서 귀 안의 압력이 낮아져 코 등을 통해 균이 쉽게 침입할 수 있다.
중이염의 대표적 증상은 귀의 통증. 영유아의 경우 고열이 있고 귀를 잡아당기거나 자꾸 만진다면 중이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밤에 잠을 잘 못 자고 평소보다 더 심하게 울고 보채기도 한다. 잘 먹지 못하고 구토를 하거나 콧물·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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