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방탄소년단(BTS)의 만남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연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나르시시즘(자기애)이 도를 넘었다”고 탁 비서관을 정조준했다.
허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 첫 번째 ‘청년의 날’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탄소년단(BTS)을 내세워 불공정 비난을 막는 방탄을 입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방탄은 탁현민이 입고 있었다”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허 의원은 “대통령의 행사는 즉 국가의 행사다. 국가 행사의 주인은 국민이다. 고로, 어제 청년의 날의 주인은 대한민국 청년이어야 했다”고 지적한 뒤 “그 행사를 준비하는 공직자들은 무대 뒤에서 철저하게 보이지 않는 손이어야 한다. 의전의 모든 공(功)은 국민께, 그리고 모든 과(過)는 공직자 스스로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허 의원은 이어 “탁현민 비서관은 정치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과, 문화 대통령인 방탄소년단을 내세운 행사에 ‘탁현민 표’라고 스스로 꼬리표를 붙였다”고 쏘아붙이면서 “‘쇼’와 ‘의전’은 다르다. 탁현민 비서관에게 대통령의 의전은 여전히 자신을 위한 쇼로 이용될 뿐인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아울러 허 의원은 “나르시시즘의 신화를 만든 나르키소스는 결국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면서 “제발 정신 좀 차리길 바란다”고도 적었다.
앞서 탁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39년 제20회 청년의 날을 연출할 연출가에게’라는 제목의 편지글로 행사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탁 비서관은 “어려운 일을 맡게 된 당신에게, 같은 일을 했던 사람으로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라면서 “아마도 쉽지 않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탁 비서관은 그러면서 “섣부른 충고와 위로는 세대 간의 거리를 더 실감하게 해줄 것만 같고, 청년들의 콘텐츠만으로 기념식을 채우자니 ‘청년의 날’이 청년만을 위한 날이 되는 것이 맞는지 싶은 생각도 들 것”이라면서 “한 세대도 그 안에서 수십, 수백 가지의 생각들로 나뉘기 마련이고 대체 무엇이 오늘날 청년의 메시지라고 확신하여 드러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른바 시대정신도 바람 부는 그 안에 있을 때는, 그 시대에 있을 때는 저는 잘 몰랐다”고 썼다.
이어 탁 비서관은 “그래서 1회 청년의 날을 연출했던 나는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은 뒤 “2020년에 나는, 어떤 ‘공정’으로 인해 어떤 ‘불공정’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 고민스러웠고 어느새 중년의 나이를 넘어서면서 다음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있을지 몰라도 이해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상황을 짚었다.
탁 비서관은 아울러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 청년의 시절과 생각을 떠올려 보려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고백하자면, 나는 그러지 않았던 것만 같았다”면서 “나는 다 잘했던 것만 같고, 나는 그렇게 까탈스럽지 않았던 것 같고, 나는 그렇게 불만이 없었던 것 같고, 나는 그렇게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은 분명치 않은 기억이었다”고 적었다.
여기에 덧붙여 탁 비서관은 “아, 어떤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기억할 때, 자신이 거쳐온 세월의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입장과 사고에 맞추어진 ‘생각’을 기억하는 것이었다”면서 “그래서 부탁했다. 2020년 가장 위대한 성과를 이루어낸 청년들인 방탄소년단에게 미래의 청년들에게 지금의 심정을 담담히 말해 달라는 것과 함께, 올해 태어나 앞으로 19년 후에 청년이 될 다음 세대의 청년들에게 ‘기억할 만한 무엇’ ‘들어볼 만한 무엇’ ‘되새겨 볼 만한 무엇’을 남겨 달라고 말이다. 고맙게도 방탄소년단은 그 세 가지를 한 박스에 넣어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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