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의 슬롯머신과 똑같다. 상품을 계속해서 쓰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인간의 뇌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무의식적인 습관을 심어 심층부에서부터 프로그래밍을 한다.”
“삼겹살이나 원유처럼 인간이 선물(futures)로 거래되는 대규모 시장이 있다. 그들은 그렇게 인간을 거래해서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회사가 됐다”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챗,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의 문제점을 지적한 다큐멘터리가 또 한 편 나왔다. 지난 9일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한 제프 올롭스키 감독의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다. 사실 소셜미디어에 대한 비판과 경고는 지난 수 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각계각층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논문과 기사, 책, 영화는 물론 워싱턴 의회 청문회에서도 수차례 이슈가 됐다. 그래서 일면 지겹게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은 남다르다. 웬만한 공포물만큼이나 섬뜩하다.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 개발자인 저스틴 로젠스타인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에서 소셜 미디어 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던 이들이 직접 출연해 “미쳐 돌아가고 있다”며 여러 문제점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션 파커 전 페이스북 회장은 “인간 심리의 취약한 면을 착취한다. 나 같은 해커 출신들이나 할 짓”이라며 “그럼에도 마크 저커버그나 나나 알면서도 그랬다”고 고백한다. 샌디 파라키라스 전 페이스북 엔지니어는 “사용자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작은 실험들을 계속했고 결국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했다”며 “사용자는 실험실 쥐나 마찬가지인데 그렇다고 암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냥 광고만 보는 좀비”라고 냉정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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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가 던지는 메시지가 소름 끼칠 정도로 와 닿는 이유는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의 육성 때문만은 아니다. 작품은 ‘좋아요’ 버튼 출현 이후 미국 10대 여학생들의 입원율과 자살률이 급증한 점을 지목한다. 개발자는 “선의와 사랑을 전파하기 위한 도구로 개발했다”고 말하지만 ‘좋아요’ 버튼은 사람들의 비교와 인정 욕구를 자극해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소셜 미디어는 오로지 광고주 이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출 뿐 인간 사회가 망가져 가는 건 외면한다. 이로 인해 오늘날 젊은 세대는 불행히도 조작이라는 맥락 안에서 자라나고 있다.
작품은 미국 대선 개입, 미얀마 정부의 소수 민족 로힝야 탄압 등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일상을 파고드는 지도 실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에게 쉽게 와 닿지 않는 데이터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영화적으로 실감 나게 연출한 점이 돋보인다.
공개 직후 외신에서는 호평이 쏟아졌다. 미 시카고트리뷴은 “올해 가장 중요한 다큐멘터리”라고 평가했고, 영화 전문지 인디와이어는 “소셜미디어가 우리 모두를 어떻게 죽이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무섭고, 뛰어난 다큐멘터리”라고 평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세상이 어떻게 종말을 고할 것인가에 대한 작품”이라며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다면 (SNS 앱) 삭제를 고민해보라”고 전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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