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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까지 나선 '기후악당' 비판...文대통령은 '개도국 특수성' 강조

文 유엔총회 연설

기후대응 선진국-개도국 간극 인정해야

선진국 중심 포용적 국제협력 절실

반기문 환경단체 등 韓 석탄발전 비판

여권 내부서도 '급격한 탈석탄'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유엔총회장에서 역설했다. 국내 외 환경단체를 비롯해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까지 나서 ‘한국은 기후 악당’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으나,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견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제 75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선진국이 수백 년, 수십 년에 걸쳐 걸어온 길을 산업화가 진행 중인 개도국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발언은 선진국 중심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개도국들이 급격히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상쇄할 선진국들의 포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우리 역시 개도국의 단계는 넘어섰으나 선진국으로 분류하기도 힘들다. 문 대통령은 “개도국과의 격차를 인정하고 선진국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최선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 국면에서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 역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개도국에 한국의 경험을 충실히 전할 것이다”면서 “내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P4G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올해 말까지‘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국가 결정기여’를 갱신해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며,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도 마련해 ‘2050년 저탄소사회 구현’에 국제사회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은 국내 외 환경단체들로부터 쏟아지는 ‘한국의 기후 악당’ 평가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후 악당이란 석탄 소비가 좀처럼 줄지 않는 한국·호주·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를 칭하며 비판하는 용어를 말한다.

앞서 반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말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가 제일 먼저 보고드렸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들어간 나라가 ‘악당’ 소리를 듣는 것은 불명예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이 미세먼지, 대기질과 관련해 OECD 국가 36개 회원국 가운데 35위, 36위에 들어간다”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미 G7(주요 7개국)에 해당한다. 이런 오명은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위원장은 정부가 석탄 발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석탄 에너지 비중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2034년의 목표치가 1990년 당시 수치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높다”며 “갈수록 잘해야 하는데 갈수록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민주당 변재일, 우원식, 홍영표, 미래통합당 최형두 의원 등이 지난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가기후위기 그린뉴딜연구회, 경제를공부하는국회의원들의모임, 국가전략포럼 우후죽순 공동주최로 열린 ‘기후악당에서 기후 선도국가로 :그린뉴딜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강화’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는 그러나 현실성이 결여된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및 반(反) 석탄발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국전력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석탄 화력 발전 사업 참여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석탄 화력 투자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지나친 속도전”이라는 우려가 ‘친문 그룹’ 내부에서 제기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국회의 과도한 입법에 대한 우려를 최근 청와대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도 우리의 녹색 전환 목표를 늦추진 말되, 어느정도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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