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한은 미국의 요청으로 이뤄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취임에 맞춰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을 함께 찾는 형식을 띠었지만 트럼프와 김정은 간 전격 회동을 위한 우리 정부와의 사전접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미국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11월 대선 전 북미가 깜짝 회동이나 소규모 합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지지율에서 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을 네 차례나 방북해 김 위원장과 만나고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만큼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추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북한은 코로나19 방역과 수해 복구 등 내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큰 만큼 미국이 북한 측에 전격적인 제의를 해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한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과 직접 접촉하지는 않더라도 미국 대선 전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도록 상황 관리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종전선언’을 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이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외교가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종전선언을 하거나 이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하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이번 방한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폼페이오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만날 예정인 만큼 한국과 일본에 중국 압박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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