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의 골자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전자투표제 단계 의무화 등이다. 이 다섯 가지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올해 6월17일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그대로 반영됐다.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정부 안의 골격이기도 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도 추진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기업규제 3법이 ‘김종인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노선과 관계없이 당을 옮겨 지도부까지 맡는 ‘철새정치’의 부작용이 이런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이번에 제1야당 대표가 여당의 규제 3법에 무조건 찬성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러나 규제 3법이 통과될 경우 해외 투기자본의 개입 등 많은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15~2018년 엘리엇의 삼성·현대차 경영 개입 등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상법 중 주주권 행사를 위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까지 폐지할 경우 투기세력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펀드를 동원해 증권시장에서 3% 지분을 매입한 뒤 3일이 지나 명의가 넘어오면 바로 이사·감사 해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다중대표소송 대상에 50% 지분 보유 자회사까지 넣자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공정거래와 투명경영은 당연히 추구해야 하지만 방법은 글로벌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 각국 기업들이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해외에도 없는 제도를 시험하겠다는 것은 반(反)대기업 정서를 부추겨 서민의 표심을 잡겠다는 포퓰리즘이라고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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