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가 10.34% 폭락했습니다. 400달러 선이 깨진 380.36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시간외 거래에서도 계속 하락세입니다. 전날의 배터리 데이에 대한 후폭풍 탓입니다. 내용 없는 속빈 강정이었던 것이죠.
시장의 회의론도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하루 뒤인 이날 월가에서는 테슬라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는데요. 세부 내용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월가, "배터리 데이는 실패"
구체적으로 조 스팩 RBC캐피털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는 높아진 시장의 기대를 실망시켰다”고 지적했고, 바클레이스의 브라이언 존슨은 “(테슬라가) 우리를 회의론으로 몰고 간다”고 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의 반응은 좀 더 직설적인데요. 그는 “배터리 데이는 주로 대대적인 광고였고 테슬라는 이 수준을 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선전 이외에 별다른 게 없었다는 것이죠.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3년 이내에 비용을 56% 낮춘 차세대 배터리를 선보이겠다고 했지만 한참 뒤의 일인데다, 100만마일 배터리 같은 획기적 혁신보다는 테슬라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실망감이 컸습니다.
배터리 개선에도 최소 5년
테슬라에서 배터리 제작에 관여했던 진 버디체프스키도 “배터리 데이에서는 성능(퍼포먼스)에 대한 얘기는 없고 주로 비용 줄이는 것에 대한 것만 있었다. 덜 혁신적”이라며 “전기차는 배터리 비용을 줄이는 게 핵심인데 앞으로 5~10년 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테슬라도 최소 5년 이상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배터리 분야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5~10년 사이에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 나올 수 있을 것이고 테슬라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라즈빈드라 길의 니드햄 역시 “배터리 영역에서 경쟁사들이 테슬라와의 간격을 좁히고 있다”고 했습니다.
주가 최소 58달러, 최대 515달러...변동성 커질 듯
CNBC는 테슬라의 주가 전망치가 최소 58달러에서 최대 515달러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RBC 캐피털이 58달러를 제시했고 파이퍼 샌들러가 515달러를 내놓았는데요. 이날 종가를 고려하면 7분의 1 토막이 나거나 앞으로 71%가량 더 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목표치를 180달러로 잡은 번스타인은 “폭스바겐이 1년에 1,000만대 이상을 생산한다”며 “많은 생산량과 높은 마진을 동시에 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올해 50만대가량을 판매할 것이라는 테슬라가 2030년 생산량을 2,000만대로 잡았다지만 말이죠(1,000만대 생산은 기존의 완성차 업체도 어려운 일입니다). UBS는 “머스크가 3년 뒤 2만5,000달러대의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다고 했지만 폭스바겐 같은 다른 업체들도 그때쯤이면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을 출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테슬라 투자의 경우 장기로 보더라도 이처럼 뚫고 나가야 할 난관이 많습니다. 변동성은 계속되고 논란도 지속될 수밖에 없겠죠.
다만, 최대 주가 전망치가 515달러인 데서 보듯 테슬라를 지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자율주행차와 우주선 발사에서 보듯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도이체뱅크는 배터리 데이 이후 테슬라의 목표가를 400달러에서 500달러로 높여 잡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떨어지긴 하겠지만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25%에 달한다는 점도 테슬라가 단순히 여러 전기차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차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이죠. 지금이 매수기회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와 별도로 기술혁신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천지가 개벽하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당장 무너질 것처럼 반응한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항상 실제 팩트와 세부 내용을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머스크가 보통 경영자가 아닌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사기꾼과 사업가를 구분하는 것은 약속을 지키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머스크가 약속을 어떻게 하나씩 이뤄나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