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피+카트비 20만원’인 골프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1·2년 전만 해도 캐디피 12만원, 카트비 8만원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캐디피 13만원, 카트비 10만원을 받는 곳이 대세처럼 늘고 있다. 이보다 더 비싼 곳도 있어 그린피를 제외한 한 팀당 비용 부담이 최소 3만원 불어난 셈이다. 골프장 측은 캐디 수급의 불균형과 서비스 업그레이드 등을 이유로 들지만, 주말 골퍼들 입장에서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노 캐디 또는 캐디선택제를 도입한 골프장으로 눈을 돌리는 골퍼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골프장 예약업체 엑스골프(XGOLF)에 따르면 이 업체와 제휴한 전국 300여 개 골프장 가운데 노캐디 또는 캐디선택제를 시행 중인 곳은 13곳이다. 스프링베일·웰리힐리·알펜시아700(이상 강원권), 솔모로·포레스트힐(경기권), 사우스링스 영암(전라권), 에코랜드(제주)는 노 캐디로 운영 중이며 코리아 퍼블릭·필로스(경기권), 천룡·현대 더링스(충청권), 군산(전라권), 해비치(제주)는 사전 신청자에 한해 노 캐디 라운드를 허용하는 캐디선택제를 실시하고 있다. ‘오전10시 이후, 오후2시 이전 라운드 한정’ 등 허용 시간대를 정해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엑스골프를 이용한 노 캐디 또는 캐디선택제 예약 건수는 지난해 1~8월 기준으로 8,859건, 올해 같은 기간 예약 건수는 7,226건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긴 장마, 잦은 태풍의 영향에도 올해 예약은 크게 줄지 않았다.
최근 제휴한 곳이라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사우스링스 영암은 ‘자율 골프의 천국’으로 골퍼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45홀 전체 코스를 전면 노 캐디로 운영하는 이곳은 2인 플레이도 허용한다. 카트를 몰고 페어웨이에 진입할 수 있고 클럽하우스에서는 로봇이 음식을 서빙한다. 성수기인 10월 그린피가 최저 7만5,000원. 2인승 카트 1대 이용료가 2만원이니 4인 기준으로 1인당 총 8만5,000원이면 18홀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페어웨이 등 코스 전체가 최고급 양잔디인 벤트그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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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제 골프장 중에서도 노 캐디 또는 캐디선택제를 실시하는 곳이 드물지 않다. 강원 춘천의 라데나는 하루 20팀 한정으로 캐디 없는 라운드를 허용하고 있다. 사전 예약제이며 첫 방문자만 아니면 예약이 가능하다. 캐디 동반 라운드에는 없는 서약서 사인 절차가 있는데 서약서 내용은 이렇다. ‘티오프 10분 전 카트 탑승’ ‘라운드 소요시간은 휴식 포함 4시간30분 권장’ ‘타구 사고 예방을 위해 동반자 플레이 때 방향 주시’ ‘다른 팀 경기를 방해하거나 벙커 정리 등 에티켓 지키지 않을 때 다음 예약 제재 또는 퇴장 조치’ 등이다. 티오프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나타나는 헐레벌떡 스타일, 멀리건(벌타 없이 다시 치는 것)을 남발해 뒤 팀에 민폐를 끼치는 행위, 건성으로 하는 벙커 정리 등은 사실 캐디 동반 라운드에서도 똑같이 지양돼야 할 내용들이다.
거리측정기를 이용해 핀까지 거리를 직접 재거나 그린에서 볼 마크와 경사 파악을 스스로 하는 등의 행동은 노 캐디 라운드의 재미이기도 하다. 스코어카드를 직접 적는 것도 마찬가지다. 디보트(잔디의 팬 자국) 보수와 그린 위 피치 마크(볼이 떨어져 생긴 자국) 정리는 캐디 없는 라운드 때 더 철저히 지켜야 할 매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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