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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공든 탑이 다시 무너지지 않으려면

김현상 사회부 차장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이맘때라면 오랜만에 만날 고향 부모님 생각에 설레고 또 누군가는 긴 연휴에 떠날 여행계획을 짜느라 들뜬 기분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안타깝게도 예년과는 여러모로 달라진 추석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전대미문의 팬데믹 사태로 기록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이다.

방역 당국은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가 자칫 코로나19 재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고향 방문과 모임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대규모 인구이동은 전국적 유행 확산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올 추석만큼은 가족의 안전을 위해 귀향을 자제하고 여행·사람 간의 모임을 최소화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충남 청양군의 한 마을에는 유명가요를 패러디한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매년 수십 번의 차례와 제사를 챙겨야 하는 경북의 한 종갓집 종손도 “올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오지 않는 게 최고의 선물이자 효도”라며 고향 방문 자제 캠페인에 동참했다. 물론 그들이라고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자식들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을까. 그럼에도 스스로 올 추석 가족과의 생이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천륜까지 참아가면서 다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안간힘 쓰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 추석 연휴 귀향을 포기한 대신 강원도와 제주도 숙박시설 예약이 늘면서 주요 관광지로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부 보수단체는 당국의 금지 통고에도 연휴 기간인 개천절에 대규모 도심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찰에 접수된 개천절 집회 신고 건수만 800건을 넘어선 상태다. 금지 통고한 집회를 강행할 경우 자칫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서 우리는 두 번의 뼈아픈 실수를 경험했다. ‘4말 5초’ 황금연휴 이후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시작됐고 8월 광복절 대규모 도심 집회는 코로나19 재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다행히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효과로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불편과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방역조치를 묵묵히 따라준 시민과 자영업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장은 “지금은 흔들리는 공든 탑을 바로 잡는 과정”이라며 “한순간 방심으로 집단감염이 커진다면 그 대가는 너무나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늘도 친구들과 한창 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는 아이들부터 적자를 감내하고 있는 소상공인들까지 우리 이웃들의 희생을 토대로 어렵게 쌓아올린 방역의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다시금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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