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월북 가능성을 놓고 당국과 유족이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군과 정보당국은 해당 공무원이 조류를 잘 알고 있고,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 등을 표시했다며 자진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면 유족과 주변인들은 해당 공무원이 평소 월북 징후를 나타낸 적이 없다며 군 당국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변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5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군과 정보당국은 지난 21일 실종된 해수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8급 공무원 A(47)씨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북측 해상에서 표류했고, 22일 북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A씨가 연평도 인근 해역의 조류를 잘 알고 있고 해상에서 소형 부유물을 이용했으며,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토대로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해경도 A씨가 당시 조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점, 구명조끼를 착용한 점, 평소 채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한 점, 국방부 첩보 등을 토대로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해양수산부는 A씨가 탑승한 배에 A씨의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사고 당일 기상이 아주 양호했다며 사고로 인해 북한 해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월북을 위한 수영 거리 등을 토대로 당국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A씨의 친형 이모(55)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박에 (동생의) 공무원증과 신분증이 그대로 있었다”며 “북한이 신뢰할 공무원증을 그대로 둔 채 월북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종됐다고 한 시간대 조류의 방향은 북한이 아닌 강화도 쪽이었으며 지그재그로 표류했을 텐데 월북을 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A씨가 실족 등 사고로 북한 해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씨는 “새벽 1∼2시는 졸릴 시간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실종됐을 수도 있다”며 “라이프재킷(구명조끼)을 입었다면서 월북했다고 하는데 평상시 입어야 하는 것으로 월북과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키가 180cm인 A씨가 허벅지 높이인 난간 너머 바다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경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4일 근무지 이동 발령을 받고 3년간 근무했던 어업지도선이 아닌 무궁화10호에서 17일부터 근무했다.
이씨는 군 당국이 책임 회피를 위해 월북한 것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소 24시간 이상을 우리 영해에 머물렀을 텐데 그 시간 동안 발견을 못 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냐”며 “동생을 나쁜 월북자로 만들어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연평도 어민들은 대연평도보다 남쪽에 위치한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사람이 북한(해상)까지 갈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50대 어민은 “첨단 장비를 착용한 것도 아니고 구명조끼와 부유물만 가지고 40㎞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건 수영 선수라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최초 실종 사건이 접수된 지점인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약 38㎞ 떨어진 해상이다.
A씨가 실종된 선박에서 유서 등 월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고 선박 내 폐쇄회로(CC)TV 2대도 모두 고장 나 실종 전 행적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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