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비대면 공연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상반기만 해도 온라인 공연은 침체 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일회성 시도였지만 팬데믹 조기 종식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이제 비대면 시장 개척을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소위 ‘찐팬’으로 불리는 열성 팬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온라인 공연 차별화를 위해 신기술 구현에 주력하는 한편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도 새로운 수익 창출 공간으로 주시 하기 시작했다. 다만 직관의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 ‘볼 만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중소 기획사엔 또 다른 위기가 될 수 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티켓 예매 서비스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총 7개팀이 콘서트·팬미팅 등의 형태로 온라인 유료 공연을 열었다. 공연 당일 관람과 다시보기를 한 데 묶은 이용권이 판매됐다. 걸 그룹 ‘(여자)아이들’은 지난 6월 데뷔 후 첫 콘서트 ‘아이랜드 : 후 엠 아이’(I-LAND : WHO AM I)를 온라인으로 열어 관객 1만1,000명을 모았다. 또 다른 걸 그룹 ‘아이즈원’도 지난 13일 온라인 유료 공연 ‘오나이릭 씨어터(ONEIRIC THEATER)’를 개최했다. 콘서트 당시 실시간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람 인증이 이뤄졌다. 무엇보다 AR(증강현실)과 XR(확장현실) 기술을 통해 구현된 가상 세트는 아이즈원의 퍼포먼스와 어우러지면서 대면 공연에선 볼 수 없는 오락 요소를 강조한 데 대한 반응이 좋았다.
이들의 선방에 힘입어 우주소녀도 다음 달 24일을 목표로 온라인 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이에 더해 지상파까지 가세해 SBS는 다음 달 18일까지 매주 일요일마다 ‘슈퍼콘서트-2020 슈퍼 온택트’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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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공연 트렌드는 영화관으로 확산 되고 있다. 지난 6월 온라인 공연 ‘방방콘’으로 화제를 모았던 방탄소년단(BTS)는 24일부터 다큐멘터리 영화로 팬들과 만나고 있다. BTS 다큐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 더 무비’는 개봉 첫날 국내외 주요 상업 영화들을 모두 제치고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트로트 열기도 영화관을 채울 예정이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은 코로나 19로 생애 첫 팬 미팅을 영화로 기획했고 오는 29일 스크린을 통해 팬들과 만난다. 예약 오픈 첫날 예약 관객 수가 2만5,000명을 돌파했다. BTS와 김호중의 기획사는 상영관을 통해 한정판 굿즈를 판매해 부가 수익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비대면 채널 개척을 통해 생존 활로를 모색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인디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는 “일종의 박리다매, 많은 사람이 보게 하고 싼값에 판매하는 모델을 만들면 온라인 공연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관람자는 오프라인 공연보다 많지만 영상의 송출 등에 추가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새 시장에서마저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일단 정부는 대규모 공연콘텐츠 중계 및 전송, 쌍방향 소통, 저작권 보호 등 비대면 공연에 적합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전용 공연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중소 기획사의 공연 제작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준호·정영현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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