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대거 신청했던 정무위원회가 대기업 오너와 금융지주 회장 등은 부르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재계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기업인 망신 주기’ 관행이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사라질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는 지난 25일 전체회의를 통해 2020년도 국정감사계획서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국감에 참석하게 된 증인은 19명, 참고인은 12명이다. 당초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기업인은 20명이 넘었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소관 부처로 삼고 있어 국감 시즌이면 기업인들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상임위원회로 꼽힌다. 이번에는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물론이고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 대기업 오너들도 신청 증인에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21대 국회에서도 정책 국감은 사라지고 ‘기업인 망신 주기’ 국감만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여야 합의를 거치면서 주요 기업인들이 증인 명단에서 빠지게 돼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 야당은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의 대규모 펀드 환매중단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증인을 주로 신청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등이 사모펀드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여권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강성모 우리은행 부행장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기업과 관련된 주요 상임위는 현재 여야 합의로 증인 신청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이에 다음달부터 진행될 국감 현장에서 기업인 망신 주기 등의 낡은 관행 대신 정책 위주의 질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국감장에 (기업인을) 불러 세워놓고 고개 숙인 모습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증인을 부르지 않더라도 내실 있는 (정책 위주의) 국정감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단순히 기업인들을 국감장에 불러놓고 호통치는 모습으로 국민들한테 인기를 얻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내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맞이해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부족한 부분을 따져 묻는 것이 의원들한테도 훨씬 큰 성과를 남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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