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야권의 집중공세는 문 대통령이 실종 사건을 처음으로 인지한 시점부터 피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3시간’에 맞춰져 있다. 특히 야권은 청와대가 ‘남북 신뢰’의 상징으로 국정원과 통일전선부 간의 핫라인을 통한 북측의 사과문 등을 공개한 가운데 이 같은 소통창구가 비상사태 때 가동됐어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실종 사건을 처음으로 인지한 시점은 지난 22일 오후6시36분. 보고 내용은 “서해 어업관리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색에 들어가 있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것을 담고 있었다.
바로 이 3시간의 골든타임에서 남북 간 핫라인 가동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야권 비판의 핵심 내용이다. 당초 청와대 측은 ‘첫 첩보 보고 후 사망 시점 전까지 북측 접촉 등의 조치를 취했냐’는 질문에 “북한과는 핫라인이 끊어져 있다”고 해명했다. 올 6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동·서해 군 통신선, 함정 간 핫라인, 노동당~청와대 직통전화 등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점을 염두에 둔 설명이다.
하지만 남북 사이에 끊어지지 않는 채널이 존재했다는 점이 25일 알려졌다. 청와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담긴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공개하면서다. 해당 통지문은 국정원에 접수된 후 박지원 국정원장을 통해 청와대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태스크포스(TF)는 “정부가 북한의 전통문을 받는 깜짝 놀랄 만한 통신라인이 있는데도, 상호 연락이 없었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소홀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3시간 동안 국방부는 물론 실종자 수색을 담당하는 해경에 대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서면 보고를 받았을 당시 첩보 수준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측에 발견된 내용이 첩보 수준이라면 해경에 대한 수색 확대 조치가 뒤따라야 하고 첩보에 신빙성이 있었다면 군에 구조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어야 하지만 이 같은 지시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약 3시간이 흐른 오후9시40분, A씨는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다. 국민의힘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화형 만행 진상조사 TF’는 26일 해양경찰청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 조사를 마친 후 “(A씨 수색 당시) 국방부와 수색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해경 간에 상호 연락이 안 됐다고 느꼈다”며 해경이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초 첩보의 신빙성이 낮아 문 대통령이 지시를 내릴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25일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측에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필요시 북측에 공동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한편 실종자의 행적을 수사 중인 해경은 같은 날 군 당국에 월북 정황 자료를 공식 요청했다. 해경은 실종자의 최근 통화기록, 계좌 등을 살펴봤지만 자진 월북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북한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를 토대로 실종자의 자진 월북을 주장하는 군 당국에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군 당국은 내부 논의 후 28일까지 해경에 자료 제공 여부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임지훈·허세민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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