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국민의힘 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이 자신의 지역구에 게시한 추석 현수막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추측되는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문구를 넣어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권 지지층은 해당 현수막이 ‘국가원수모독죄’에 해당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김 당협위원장은 ‘국가원수모독죄’는 민주화 운동을 거쳐 1988년도에 폐지됐다고 맞섰다.
앞서 김 당협위원장은 지난 26일 ‘한가위 마음만은 따뜻하게, 달님은~♪영창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자신의 SNS에 현수막 인증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오늘 밤부터 지역구 전역에 게첩되는 현수막”이라며 “가재, 붕어, 개구리도 모두 행복한 명절 보내시길”이라고 적었다. 또 “킬링 포인트는, 따뜻한 개천에서 달님을 바라보는 가붕개의 행복한 모습”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가재, 붕어, 개구리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2012년 트위터에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라고 올렸던 글을 비꼰 것으로 추정된다.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문구는 독일 노래 ‘모차르트의 자장가’ 가사로 이 노래에서 영창(映窓)은 창문을 뜻한다. 법을 어긴 군인이 가는 부대 안 감옥을 의미하는 영창(營倉)과 동음이의어다. 이에 여권 지지층에서는 해당 문구가 “악의적”이라며 “국가원수 모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달님’은 일부 친문 진영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일컫는 말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김 당협위원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슨 국가원수 모독이냐. 오바들 하신다”며 “한가위 달님 바라보면서 저절로 노래가 나오는 마음만은 따뜻한 명절을 보내라는 덕담을 한 건데, 상상력들도 풍부하시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흥분하신 지지자들에게 두 번 사과하면 저도 ‘계몽 군주’가 되는 것이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을 비꼬기도 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전날 노무현재단 유튜브 생중계에서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에 사과 통지문을 보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고 ‘계몽군주 같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김 당협위원장은 28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쉽게도 국가원수모독죄는 민주화운동을 거쳐 1988년도에 폐지됐다”며 “부들부들하는 소리가 막 들리는 듯 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일부 여권 지지층을 조롱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2020년 신 독재정권이 들어선 것인지, 스물스물 부활하려는 기운이 감돌고 있다”고 비판했고, 다른 글에서는 “여성 청년 약자인 저에게 좌표 찍고 악성 댓글로 괴롭히시면, 페미니스트 대통령님 속상해하신다”며 “자꾸 그러시면 대통령께서 공권력 동원하고 용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비꼬았다.
한편 변호사 출신인 김 당협위원장은 지난 2018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대전광역시의회 시의원에 당선됐지만,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공천자금 의혹을 폭로한 뒤 제명됐다. 이후 야당으로 당적을 옮겨 제21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마했다. 지난 8일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집단소송 소송인단을 모집하기도 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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