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으로 등교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불이 나 중화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가 평소 학대를 당해온 사실이 드러났지만 중앙 정부가 관리하는 ‘학대 위기아동 시스템’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사회보장정보원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 지원시스템’ 관련 자료를 보면 이들 형제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기존의 지역 아동복지 전문기관에 등록돼있다는 이유로 복지부의 학대 위기아동 조사 대상에서는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8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e아동행복 지원시스템’은 아동의 진료 정보나 어린이집·학교 출결 현황, 학부모 부채 정보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학대 위험 가구를 미리 예측하는 제도다.
하지만 지역 아동복지 전문기관에 이미 등록된 경우에는 이 시스템에서 제외돼 거주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현장 조사와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e아동행복 지원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학대 의심 아동에 대한 사후 조치도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e아동행복 지원시스템을 통해 17만4,078명의 아동이 학대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되는 14만2,715명(82%)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가 진행됐지만 조사 이후 실제 경찰이나 아동보호 전문기관의 개입이 이뤄진 경우는 단 96명(0.07%)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반복되는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해 발굴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실제 보호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아동 학대에 대해서는 과하다 싶을 만큼 폭넓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의원은 “복지부와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학대 의심 가구를 나눠 관리하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와 협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상황을 짚었다.
한편 이들 형제는 사고 발생 11일 만에 눈을 떴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태로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크게 다친 초등생 A(10)군과 B(8)군 형제는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온몸의 40%에 심한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는 A군은 지난 25일 사고 후 처음으로 눈을 떴고, 의료진이나 가족이 이름을 부르면 눈을 깜박이는 등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1도 화상을 입은 B군도 형처럼 눈은 떴으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고 후 화상뿐 아니라 유독가스를 많이 흡입해 자가 호흡이 힘든 상태여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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