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는 ‘북한 비핵화’라는 전제조건이 없다. 과거의 선(先) 비핵화 조치 입장과 달리 선 종전선언으로 비핵화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는 거리가 먼 종전선언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 더구나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피살된 직후에 추진할 일은 아니다. 지금 서둘러야 할 일은 국민 피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이다.
문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처음 보고받은 후 입장 발표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또 김정은 정권이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공무원이 피살된 지 6일 만인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어 “사실관계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지만 재발 방지가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반색하는 행태를 보이는 한 유사 사건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지금은 북측에 미소를 지을 때가 아니라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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