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지난 22일 서해에서 실종된 공무원 이모씨 피살 당시 급박했던 북한군의 내부 보고와 상부 지시 내용을 감청을 통해 실시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씨의 상황을 실시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구출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하게 어렵게 됐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에 따르면 위원들은 28일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열람했으며, 북한군 상부에서 사살명령이 내려온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위원들에 따르면 군은 실종 공무원 이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22일 오후 3시30분 전부터 북한군들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했다.
우리 군의 첩보 부대는 감청 지역을 정확히 설정하면 상대측 무선통신 내용의 최고 90%까지 파악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북한군 내부 교신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거리에서 대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이씨가 80m 밖에서 ‘대한민국 아무개’라고만 얼버무렸다는 내용의 북측 통지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군은 이씨의 구조 여부를 자기들끼리 상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이씨를 밧줄로 묶어 육지로 예인하려고 하다 해상에서 놓친 후 후 2시간 만에 그를 다시 찾았던 정황상 당시로선 구조 의도가 비교적 뚜렷해 보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은밀한 대북 감청 활동을 노출하면서까지 구출을 감행하지 않고 대기했다는 게 군의 해명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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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북한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것은 22일 오후 9시를 넘어서였다. 북한군 상부와 현장 지휘관이 돌연 ‘설왕설래’했다는 것이다.
북한 해군사령부를 통해 “사살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자 대위급 정장이 “다시 묻겠습니다.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물었고, 9시40분께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윗선에 올라갔다고 한다. 군의 정보를 열람했던 국방위 간사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군이 획득한 감청정보에는 사살을 명령하는 내용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방부는 “우리 군이 얻은 첩보내용에서 ‘사살’을 언급하는 내용은 없었다”며 “다만 우리 군은 단편적인 첩보를 종합분석하여 추후에 관련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군은 북한군 내부에서 이씨를 사살했다고 보고한 사실을 청와대 등과 즉시 공유했지만 이 사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로 전달된 것은 이튿날인 23일 오전 8시 30분께였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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