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에 들어와서 경선 치르기는 자신도 없는 것들이...”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7년 12월 초.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단일화를 위해 팬클럽 회원들이 비밀리에 서울 여의도에서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열정만으로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는 그 자리에서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을 대표한 협상자는 상대인 ‘문함대(문국현과 함께 하는 대한사람들)’회원에게 꾸짓듯 쏘아붙였습니다. 문함대 회원은 ‘밀당’을 하기도 전에 예의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자리라며 얼굴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치인 팬클럽 간 에피소드다 보니 정가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지난 이야기에 불과합니다만 ‘정통’의 협상자가 다름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입니다.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올리는 이 지사는 무명이던 당시에도 역시 ‘센’분이었던 겁니다. 오히려 순수함만을 가지고 협상을 하겠다고 나선 문함대가 순진한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통의 대표를 맡았던 이 지사의 옛 이야기를 전해 드린 것은 이 지사의 타고난 ‘수사’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천부적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등장하는 ‘사자와 여우’를 선택적으로 능수능란하게 선택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강한 사자의 정치인으로서 또는 간교한 여우처럼 강약을 조절하며 사람의 감정선을 쥐락펴락하는 데 타고난 정치인입니다. “역사는 기득권자가 아니라 변방의 아웃사이더와 민중이 만드는 것(2017년4월5일 이재명 캠프 해단식)” 이랄지 “청산돼야 마땅한 적폐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함으로써 서울시정을 후퇴시키고 적폐귀환 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2020년 7월22일 페이스북)” 등 통상의 정치인들과는 다른 단어와 문장을 구사합니다. “우리가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려면 친일과 독재, 부패와 반통일 세력을 한번은 꼭 쓸어버려야 할 것이다(2015년 6월 폴리뉴스 인터뷰)”도 이 지사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즉,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민주정부를 거쳐도 힘에 겨운 이른바 ‘주류교체’를 이 지사는 꼭 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지지율로 반영되는 셈입니다.
아울러 거칠게 살아온 삶은 그의 도덕성에 족쇄를 채우기도 했지만 선거법 재판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과 여배우 스캔들 건도 무죄를 받았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상황에서 그는 선명성과 추진력을 갖춘 리더십을 증명했습니다. 압도적인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지율 역전이 시작된 것은 사자처럼 강한 ‘말’에 여우처럼 총명한 ‘추진력’이 동시 작용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결정 앞으로 1년..추석 민심 예의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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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스스로도 ‘실용적 진보주의’라고 정의한 바도 있습니다. 2019년 1월 총리실 출입기자 간과 송년 만찬 간담회에서 그는 “실용적 진보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진보라는 건 앞으로 한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것이고, 실용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 이유는 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한 만큼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용을 포기하면 안 된다”며 “해법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것은 정치의 품격, 신뢰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제가 다시 돌아갈 그곳이 정글 같은 곳이지만 국민께서 신망을 보내주신 그런 정치를 견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결정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이번 추석민심은 향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큰 방향타가 될 게 분명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승부수는 이미 던져졌습니다. ‘품격’의 이낙연 대표와 ‘응전’의 이재명 지사. 민심과 당심의 결정이 추석 이후에 요동칠지 두고 볼 일입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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