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못 가더라도 추석 연휴엔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추석 당일 극장을 찾은 사람들의 선택도 따뜻한 정(情)이 담긴 영화였다.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 1일 일일 박스 오피스 1위는 힐링과 감동을 내세운 한국 영화 ‘담보’가 차지했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추석 당일 37만 2,173명이 극장을 찾았다. 코로나 재확산과 함께 관객이 급감했던 9월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담보는 14만 6,647명의 선택을 받았다.
‘담보’는 사채업자 두석(성동일 분)과 종배(김희원 분)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9살짜리 여자아이 승이(박소이 분)를 담보 대신 맡았다가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게 되는 이야기다. ‘돈 받으러 갔다가 인생의 보물을 만났다’는 영화 홍보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사채업자들이 아이를 얼떨결에 맡았지만, 아이 덕분에 오히려 인생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승이의 성인 역은 배우 하지원이 맡았다. 성동일, 김희원, 하지원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되지만 지난 여름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인남(황정민 분)의 딸로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던 아역배우 박소이의 연기가 놀랍다.
또한 영화의 시작점이 1993년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공중전화 박스, 음성 녹음을 남기는 삐삐, 카세트 테이프와 CD 플레이어 등 영화 속 소품들이 그 시절을 살았던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흥미 요소로 작용한다.
담보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는 한국영화 ‘국제수사’가 차지했다. 곽도원, 김대명 등이 주연을 맡은 코믹 수사물로 9만 1,875명이 관람했다. 몸도, 영어도 따라주지 않아 애를 먹는 대천경찰서 강력팀 경장 홍병수가 난생 처음 해외 여행을 떠났다가 현지에서 국제 범죄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3위에는 재난 블록버스터 ‘그린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대형 혜성과 지구가 충돌하기 직전 48시간 동안 유일한 대피소인 그린란드의 지하 벙커로 향하는 가족의 사투를 4만 4,240명이 지켜봤다.
명절 호텔 디너쇼 대신 극장 스크린 속으로 들어간 트로트 가수 김호중은 추석 당일 8,302명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방탄소년단(BTS) 다큐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 더 무비’는 3,094명이 관람해 누적 관객 10만 돌파를 눈앞에 뒀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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