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간 노인과 소외 계층을 위해 인술을 펼쳤던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 한원주(사진)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소천했다. 향년 94세.
경기 남양주 매그너스요양병원과 유족 측은 한원주 매그너스요양병원 내과 과장이 지난달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5일 밝혔다.
최근까지 직접 환자를 진료하던 고인은 지난달 중순 노환으로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한 후 지난달 23일 자신이 말년을 헌신했던 매그너스요양병원으로 돌아와 영면했다. 병원 관계자는 “모든 직원의 정신적 지주였던 원장님(고인)께서 돌아가셔서 갑자기 어깨가 다 무너진 것 같다”며 “환자분들도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하고 슬퍼했다”고 전했다.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였던 아버지(한규상)와 독립운동가 어머니(박덕실) 사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9년 고려대 의대 전신인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해 산부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남편과 미국으로 유학 가 내과 전문의를 딴 뒤 귀국해 개업의로 일하다 약 40년 전 남편의 죽음 이후 병원을 정리하고 의료선교의원을 운영하며 수십년간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후 80대 중반의 나이에 요양병원의 의사로 일하기 시작해 별세 직전까지 매일 1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했다. 이러한 공로로 2017년에는 JW중외제약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에서 주는 ‘성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때 받은 상금 1억원은 모두 기부했다.
지난해 가을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 라는 제목의 에세이집도 재출간할 만큼 왕성했으며, 별세 직전까지 노인 환자들 곁을 지키려고 애썼다.
고인이 별세 전 가족과 직원들을 향해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송영규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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