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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과학기술 전문성 없는 국회, 답이 없다

조명희 국민의힘 국회의원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과학기술이 실종됐다.’ 필자가 지난 4개월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처절하게 느낀 것이다. 검언유착 의혹을 왜곡 보도한 공영방송, 뉴스 편집과 검색어 조작 의혹에 휘말린 포털사이트 등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로 뒤덮인 과방위에서 백년지대계가 걸린 과학기술 분야는 고스란히 홀대받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구글의 인앱 결제와 포털의 뉴스 편집 등 방송통신 분야가 주요 이슈로 손꼽히면서 또다시 ‘과학기술 패싱’의 우려가 앞선다.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회에 들어온 필자로서는 과학계를 대변해야 할 책무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주목받게 된 K방역을 주춧돌 삼아 ‘K사이언스 시대’를 선도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새 먹거리는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는 현 정부의 의지로 국가 연구개발(R&D) 27조원 시대가 시작된 만큼 관련 예산을 허투루 사용하지는 않는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 21대 국회에서도 과학기술 분야 입법활동은 상당히 위축돼 있다. ‘민생문제나 지역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과방위는 비인기 상임위 중 하나가 됐고 그중에서도 과학기술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여야 3당이 나란히 이공계 출신 전문가를 비례대표 1번에 배치하고 이들이 구심점이 돼 초당적으로 연구단체를 결성해 협치의 모범을 보였던 4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으로부터 과학기술이 철저히 무시당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21대 국회 유일한 과학기술인 출신으로서 필자가 짊어진 기대감의 무게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법안과 예산을 다루는 국회도, 공천권을 가진 정당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받아들일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 때마다 일회성에 그치는 이벤트로는 결코 과학기술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없다.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추천할 때 인기영합주의식 당원투표는 지양하고 과학기술 전문가가 당선권 내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제도가 보장돼야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개최되는 포럼 주제의 대부분은 과학기술에서 출발한다. 지난 6월 서울경제가 주최한 ‘서울포럼 2020’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가 생존전략으로 ‘과학기술 초격차’를 제시한 바 있다. 포럼에 참석했던 필자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의 말이었다. 인구 100만명당 1명꼴로 노벨상을 받은 스위스 사례에서 보듯이 ‘기초과학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미래 먹거리 창출의 주역인 과학기술인의 열정에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필자 역시 전문성보다 투명성에만 비중을 두는 험난한 정치 지형 한가운데에서도 과학기술인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앞장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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