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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안나고 오래가는 ESS 상용화 머지 않았죠”

세계 최고수명 ESS전지 개발한 김희탁 KAIST 교수

기술 적용땐 충·방전 5,000회 가능

아연소재 사용... 비용 반으로 줄여

화재 빈발 리튬이온전지 대체 가능

4년내 새로운 ESS시스템 선보일 것





“태양광·풍력발전 등에 쓰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먼저 안전성과 경제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불이 나지 않고 오래가는 새로운 ESS 전지기술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명의 대용량 ESS 수계(물)전지를 개발한 김희탁(사진)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5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신기술은 최근 빈번한 ESS 배터리 과열 현상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ESS 전지의 신뢰를 확보하는 기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KAIST는 이날 나노융합연구소 차세대배터리센터 김 교수 연구팀이 기존보다 수명을 대폭 늘린 수계전지를 개발했고 관련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에너지와 환경과학’ 지난달 호에 실렸다고 밝혔다. ESS는 태양광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대용량으로 저장해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로 그동안 값이 저렴한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했지만 최근 잇단 화재로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김 교수는 “리튬이온전지는 전해액이 유기물로 구성돼 화재위험이 있는 데 반해 수계전지는 물 전해질을 이용하는 장점으로 대체 전지로 주목받고 있다”며 “다만 수계전지가 리튬전지보다 2~3배 비싸고 수명이 짧은 것은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수계전지는 값이 저렴한 아연을 소재로 사용하다 보니 아연 음극의 짧은 수명 때문에 상용화에도 한계가 있었다. 아연 금속의 충·방전 과정에서 표면에 나뭇가지 형태 결정인 ‘덴드라이트’가 형성되면서 전지 내부 단락을 일으켜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충전 초기 아연 핵의 응집 현상이 덴드라이트 현상의 주요 원인임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실험 결과 육각형 형태의 탄소의 한 모서리를 빼면 아연 핵의 표면응집이 억제돼 덴드라이트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규명했다”며 “그동안 해외 학계나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았다”고 말했다.

불이 나지 않는 수계전지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충·방전을 5,000회 이상 반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1,000회나 기존 수계전지의 200~500회와 비교하면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린 것이다. 김 교수는 “아연 소재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지 비용도 기존(시간당 ㎾ 기준)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며 “새로운 전지기술로 태양광·풍력 설비 비용을 낮추고 관련 기업의 수익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KAIST에서 석·박사를 취득하고 삼성SDI 등 업계에서 14년간 연구원으로 활동한 차세대 배터리 분야 전문가다. 지난 2013년부터 KAIST 강단에 섰다.

그는 “앞으로 ㎿급 대용량 ESS 시장은 안전성이 강점인 수계전지로, 효율성이 강조되는 일반 산업현장에서는 리튬이온전지로 양분돼 발전할 것”이라며 “경제성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하는 쪽으로 연구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전지 요소 기술을 넘어 ESS 시스템 설계 분야로까지 연구 영역을 넓혀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계획”이라며 “이르면 4년 내 새로운 ESS 시스템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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