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하고 조용히 들어준다는 것, 아무 말 없어도 손을 잡고 어깨에 나를 기댄다는 것. 박준영과 채송아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이제 서로를 믿고 마주보기 시작했다.
5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연출 조영민)는 채송아(박은빈)와 박준영(김민재)이 혼자만 앓고 있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조금 더 가까워지는 모습으로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차갑고 냉정한 현실 속에서, 마주잡은 손과 서로의 어깨에 기댄채 잠든 두 사람의 모습은 따스한 위로가 됐다.
채송아는 냉혹한 현실의 벽과 연달아 마주했다. 박준영과 이정경(박지현)의 연습을 본 그는 도저히 극복하지 못할 실력차를 느끼며 움츠러들었다. “여기 음대에요. 연주 실력으로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워서 평가받는 데라는 거 모르고 온 거 아니잖아요”라는 반주자의 말은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을 일깨웠다.
함께 일해 보니 채송아에게 음악보다는 행정업무가 더 맞고, 박준영과 만나고 있기에 충분히 소속사 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박성재(최대훈)는 “시간은 절대 못 이긴다.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습해온 친구들에 비해, 송아씨는 시작이 너무 늦었다”며 꿈과 현실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그에게 확실한 선을 그었다.
채송아도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재능이 없고,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것, 그 시간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도. 다른 사람들의 눈초리에도 꿋꿋하게 학교를 다니고, 꿍꿍이를 알면서도 대학원에서 함께하자는 이수경(백지원) 교수의 말에 기뻐했던 것은 바이올린을 향한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절박한 꿈과 냉정한 현실 사이에서 그를 위로해줄 수 있는 건 박준영 뿐이었다. 차마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던 그는 말 대신 그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줬다. 그래도 한편엔 박준영을 기다린다는 이정경이 마음에 남아 “늦게 만났으니까 늦게 시작했으니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이미 쌓인 시간을 따라갈 수 없는 걸까”라는 불안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행정조교를 넘어 개인비서처럼 사람을 부리는 이수경 교수의 갑질은 도를 넘었다. 채송아는 액세서리를 받아오라는 이 교수의 심부름으로 대전에 가게 됐다. 이를 들은 박준영은 이정경과의 연주 연습 약속을 미루고 채송아와 같은 버스에 올랐다.
대전은 박준영이 어린시절 자란 곳이었다. 그는 채송아에게 처음 피아노를 시작한 동네 학원 앞에 들러 피아노를 치는 것이 그저 재미있었던 옛 이야기를 하며 웃음지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엄마를 만난 박준영은 ‘밥 먹고 가라’는 엄마의 말을 채송아가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현실을 보여주게 됐다.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채송아의 모습을 보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치부와도 같은 아버지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채송아도 창피해서 말하지 못했던 이 교수의 액세서리 심부름 이야기를 털어놨다.
“고마워요. 이야기해줘서”
“내가 고맙죠. 이야기 하게 해줘서”
“솔직히 대전 가기 싫다는 생각만 하면서 버스표 샀는데, 지금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마워요. 같이 와줘서.”
더이상 숨겨둔 이야기도, 그 이야기 때문에 서운할 것 없어진 두 사람은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서울로 향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전반에 걸쳐 서로가 서로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답답함을 털어낸 장면들은 담담했으나 키스신만큼이나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풋풋한 사랑의 따스한 온기가 화면을 넘어 촉촉하게 다가왔다.
한층 가까워진 두 사람에게 당연히 한 단계 큰 시련이 찾아온다. 좁디좁은 세계에서 이들을 둘러싼 시샘어린 소문,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정경 한현호(김성철)와의 관계, 또 사고친 것 같은 박준영의 아버지, 그리고 그놈의 ‘급’ 따지는 사람들….
이제 설렘을 끝내고 달달해지나 했는데 ‘예고편 맛집’ 답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라기엔 남은 회차가 아직 많다.
이번에는 또 어떤 갈등이 일어날지, 한발 더 나아갈수록 그만큼의 현실의 벽이 가로막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게 만드는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6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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