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 성능, 가격경쟁력 모두를 갖춘 수소 연료전지용 촉매가 최초로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주상훈 교수 연구팀은 나노 미터 크기의 촉매 입자가 고온에서 뭉치는 것을 막는 기법을 이용해 ‘백금-구리 나노 프레임 촉매(O-PtCuNF/C)’ 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촉매는 가운데가 뚫린 3차원 나노 프레임(뼈대 구조)를 갖고 있어 반응이 일어나는 표면적이 넓고 성능이 좋다. 또 백금과 구리 원자가 불규칙하게 섞여 있는 ‘합금(alloy) 촉매’가 아닌 ‘금속간화합물 촉매’라 안정성이 높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값비싼 백금 함량이 적어 유리하다.
주상훈 교수는 “새롭게 개발한 촉매는 또렷한 다면체 나노 프레임 구조와 금속간화합물 상(phase. 물질은 크게 고체, 액체, 기체상으로 나뉜다. 이 중 특정 고체는 이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배열 모양에 따라 서로 다른 상을 갖고 물리·화학적 성질이 달라진다)을 융합한 최초 사례”라며 “이번 연구에 이용된 합성법은 다양한 조성의 나노 촉매 합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소 전기차의 연료전지가 작동하려면 효율적인 전극 촉매가 필수적이다. 상용 촉매인 백금 촉매는 가격이 비싸고 내구성이 떨어져 수소 전기차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백금 사용량을 줄이고 촉매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백금과 다른 원소를 혼합한 합금촉매가 꾸준히 연구되는 이유다. 하지만 합금 촉매는 작동 중에 금속이 부식되거나 용해돼 내구성에 한계가 있다.
주상훈 교수팀이 개발한 촉매는 단순 합금 촉매가 아닌 나노 프레임 구조를 갖는 금속간화합물 촉매다. 나노 프레임 입자 표면에 실리카 보호층을 입혀 금속간화합물 촉매를 만들 때 입자끼리 뭉치는 문제를 해결했다. 금속간화합물 촉매는 같은 종류의 금속 원소가 ‘끼리끼리 모여’ 있어 합금 촉매에 비해 촉매가 부식되거나 내부 금속원소가 용해는 되는 문제가 적다. 같은 종류의 원소들끼리 모여 있으면 동일한 금속 원소 간 상호작용이 커져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1저자인 UNIST 김호영 박사는 “금속간 화합물 촉매의 규칙적인 원자 배열을 만들려면 500℃이상의 고온에서 촉매를 가열해야 하는데, 이 때 나노 프레임 촉매 입자가 뭉치는 문제가 있었다”며 “백금 구리 촉매 입자 표면에 실리카 보호층을 코팅해 넓은 표면적을 갖는 금속간화합물 나노 프레임 촉매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으로 개발된 금속간화합물 나노 프레임 촉매는 상용 백금촉매는 물론 단순 합금 나노프레임 촉매보다도 성능이 좋다. 뿐만 아니라 안정성 테스트(가속 안정성 테스트) 후에도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특히 안정성 테스트 중 용해되는 금속 종의 양이 가장 적었는데 이는 이 촉매의 뛰어난 화학적 안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연구는 주상훈 교수 주도하에 UNIST 김호영 박사, 정후영 교수, 고려대학교 이광렬 교수, 권태현 연구원, 전민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형준 교수, 하윤후 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백현석 박사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연구결과는 나노재료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9월 22일자로 온라인 출판됐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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