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 예방접종용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48만 도즈(1회 접종분)를 결국 수거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정부 예비물량 34만도즈 투입해 부족분을 보충하고, 중단했던 독감백신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이르면 오는 12일부터 재개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6일 충북 오송 질병청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연 합동 브리핑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 조사 및 품질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친 결과 0℃ 미만 조건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된 27만 도즈 등 총 48만 도즈를 수거 조치한다”고 밝혔다.
독감 백신이 유통 과정 중 기준온도(2~8℃)를 벗어날 경우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호남 지역 백신의 경우 상·하차 작업이 야외에서 이루어지면서 백신이 바닥에 일시 적재되거나(17만 도즈), 적정 온도 이탈 시간이 800분을 넘기거나(2,000도즈), 개별 운송돼 운송 과정의 온도 확인이 되지 않는 물량(3만 도즈)들이 수거 대상으로 지목됐다. 해당 백신은 총 11개 지역에서 유통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질병청은 정부조달계약업체인 신성약품이 유통한 독감 백신 578만 도즈 중 일부가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다는 신고를 받고 지난달 22일부터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했다. 이와 함께 유통 과정을 조사했더니 당초 알려진 대로 일부 차량이 야외 주차장 바닥에 백신을 내려두는 등 백신을 상온에 노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 조사에 따르면 기준 온도를 벗어난 운송시간은 평균 88분에 달했다.
다만 750도즈를 수거해 무균시험 등 국가출하승인 전 항목을 조사한 결과 품질이나 부작용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청장은 “현재 기준으로는 영하 이하로 온도가 내려간 백신 이외에는 품질이나 안전성에 있어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사전 예방적으로 수거하기로 결정했다”고 수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정 청장은 “수거한 물량이 곧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수거 백신의 폐기 여부 등에 대해서는 향후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접종 중단된 국가 물량 백신을 접종받은 사례는 총 3,045건이며, 이 중 수거 대상 물량을 접종받은 사례는 554건으로 확인됐다. 수거 대상 물량을 접종받은 사람들 중 3명은 이상 반응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모두 증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 청장은 “수거 대상 물량 접종자를 파악하고 있으며 재접종 등 향후 조치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통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예비물량 34만명분 정도를 투입해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500만 도즈 정도 물량을 더 확보한 만큼 백신물량 부족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예상이다.
정부 물량 접종 재개는 오는 12일께 진행할 계획이다. 정 청장은 “8일 예방접종 전문위원회에서 검토를 받아 방침이 결정되면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백신을 상온에 노출하는 문제를 일으킨 신성약품은 조사가 마무리된 후 약사법 등에 따른 처벌 또는 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정 청장은 “이번 독감 백신 유통 과정과 접종 기관 관리 문제로 국민들에게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접종기관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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