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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68년째 제자리…진보정부서 '고르디우스 매듭' 끊어야"

■풀리지 않는 노동개혁

<고르디우스 매듭-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





국내 근로기준법은 일일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오후10시부터 다음날 오전6시까지 일하는 경우는 연장근로에 상관없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서 지급해야 한다. 지난 1953년 법 제정 이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노동조합이 파업했을 때 사용자가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전부 ‘공장 근로자’를 기준으로 만든 노동법 조항들이다. 근로시간과 장소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근로자의 전문성이 향상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노동법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은 노동계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노동개혁은 노사의 이해관계를 직접 건드리는 까닭에 번번이 실패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던진 ‘노동개혁’ 화두에 양대 노총이 “개악”이라며 반발한 것은 여전히 노동개혁이 쉬운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동법을 바꾸더라도 실제 사업장에 적용되려면 사회적 대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양대 노총이 테이블에 나올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독일 하르츠 개혁 등 유럽의 사례처럼 결국 진보정부가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역대 어느 정부도 풀지 못한 난제인 노동개혁이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문재인 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파업 대체인력 불법 등

법 제정이후 한번도 바뀐적 없어

‘유연 근무’ 4차 산업과는 안맞아



◇4차 산업혁명 시대인데…노동법은 여전히 ‘공장시대’=6일 노사정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노동법의 양대 줄기인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밑바닥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규제가 대표적이다.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과 주 12시간의 연장 근로시간의 상한은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고 때때로 야근을 하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만든 조항이다.

정보기술(IT)·연구개발(R&D) 등 신기술 업종에서는 근로시간 규제를 “지키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프로젝트에 따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과 주의 근로시간에 여유를 두고 월 근로시간에 상한을 두면 되지만 유연근로제 요건 완화부터 노동계가 반대하는 상황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저성과자 해고 요건도 없다. 근로자가 대기시간에 음주를 하고 돌아오는 경우에도 사용자가 해고하면 당장 부당해고 시비가 붙는다. 사용자들은 저성과자를 해고하지 못하면 신규 채용도 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노조법에서도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면 사용자는 대체인력을 뽑을 수 없다. 단순노무의 경우 대체인력 투입 시 노조가 심각한 타격을 받지만 지금은 전문성이 높아져 대체인력을 투입해도 평시의 생산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노동개혁=사용자만 유리’라는 편견…정규직 근로자의 잇속 챙기기=노동개혁이 꼭 사용자에게만 유리한 것도 아니다. 플랫폼 경제의 발전으로 근로자의 정의를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한 회사에 종속되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새롭게 규정해 다양한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 등도 퇴직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름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종사자 등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노조법에서는 일반 근로자 외에도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산업별 노동조합 설립 요건과 권한의 명시, 단결권 확대 등이 개정 사항으로 고려될 수 있다. ‘일반 근로자가 아닌 더 다양한 노동형태’를 포괄하는 노동개혁이 가능하다. “노동개혁에 대한 노조의 원론적 반대는 결국 정규직 근로자의 잇속 챙기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플랫폼경제, 근로자 새 정의 필요

獨처럼 진보가 勞 변화 이끌어야

◇‘양대지침’ 공식 폐기한 문재인 정부…전문가 “진보가 노동개혁 총대 메야”=노동개혁 시도는 노동계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는 4대 개혁 중 하나로 노동개혁을 꼽았다. 하지만 한국노총을 설득해가며 도입하려 했던 양대지침(저성과자 일반해고 지침 도입,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조건 완화)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식 폐기됐다.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노동개혁’의 운을 떼자마자 양대 노총은 강력 반발했다. 전날 한국노총의 성명에 이어 민주노총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빼앗아 더 큰 것을 얻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계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악화시키는 법 개정에 동의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진보정부”라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 슈뢰더 정권도 그렇고 이탈리아에서도 진보정부가 노동개혁을 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지지기반을 갖고 있어 쉽지 않겠지만 노동개혁은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진보정부가 해야 조금이라도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변재현·방진혁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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