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군은 군과 해경·여당의 ‘월북 시도’ 주장에 대해서도 “말이 되느냐”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아빠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초등학교 1학년) 동생에게는 며칠 후 집에 오겠다며 화상 통화까지 했다”고 전했다. 어린 딸과의 만남을 기다리던 아버지가 조류를 거슬러 38㎞를 수영할 수 있겠느냐는 항변이다. 아들은 해수부 장관 표창 등 포상까지 거론하며 아버지의 애국심을 자랑했다. “한 가정의 가장을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은 국민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이런데도 일부 친여 네티즌들은 ‘월북자 자식’ 운운하며 배후설까지 거론하는 등 2차 가해에 나섰다. 아들의 편지에도 군은 피살 공무원의 ‘월북’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군의 호소는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의 존재의미에 대한 준엄한 질문이다. 정부는 피살사건 이후 북한에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만 요구했을 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남북관계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군의 편지에 대해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위로했을 뿐 실질적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유족과 국민은 대통령이 나서 철저한 시신 수색과 원인 규명을 지시하고 북한에 엄중한 책임을 묻기를 원하고 있다. 오죽하면 유족들이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찾아 진상 조사를 호소했겠는가. 문재인 정부는 “이게 나라냐’고 부르짖는 국민들의 분노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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