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 북한군에 피살된 실종 어업지도원 이모 씨의 아들이 보낸 편지에 “나도 마음이 아프다”며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숨진 어업지도원의 유가족에게 위로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와 별도로 문 대통령은 이 군의 편지가 청와대에 도착하는 대로 답신을 전달할 예정이다.
위로 서신의 내용을 비공개한다는 청와대와 달리 유족 측은 이를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아빠는 왜 거기까지 갔으며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다”는 이 군의 지적에 대한 답변이 나올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6일 오전 청와대 참모진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후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공감하면서 “해경이 여러 상황을 조사 중에 있다”며 해경의 최종 조사를 기다리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 동생과 함께 어려움을 견뎌내기 바라며 위로를 보낸다”고도 했다.
앞서 이 군의 A4 용지 두 장짜리 자필 편지는 지난 5일 저녁 이모 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를 통해 언론에 공개됐다. 이 군은 편지에서 ‘자진 월북’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호소했다. 이 군은 아버지에 대해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면서 “38㎞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은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사고 당시 정부의 미온적 태도도 비판했다. 이 군은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며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억울함을 호소한 이 군의 편지에 문 대통령은 신속한 답변을 내놓았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유가족에게 충분히 위로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번 위로 메시지에는 사고 당시 정부의 구조 노력에 대한 해명은 담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이 군에게 별도로 보낼 답신의 내용도 이번 메시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6일 “편지는 언론을 통해서 공개는 됐지만, 청와대에는 오지 않았다. 조만간 편지가 청와대로 도착할 것으로 본다”며 “도착하면 아마 해당 주소지로 대통령께서 답장을 보내시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지 내용은 이번에 언론에 공개하진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이래진 씨는 같은 날 오후 국방부 종합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의 답변을 받은 편지 내용을 공개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공개해야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이 씨는 동생의 피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우리 군의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파일과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꽃이 관측된 시간대의 녹화파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날 문 대통령이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조사할 게 없는데 뭘 조사하나”라며 “공개 청구하는 이 정보나 좀 주시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도 문 대통령의 공개 답신을 평가절하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아들이 듣고 싶은 사실에는 고개를 돌렸다”며 “대통령은 결국 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월북의 근거인 양 평범한 가장의 빚만 들춘 해경의 조사 결과를 듣자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사람을 죽이고도 큰소리치는 북한의 눈치를 보며 진행되는, 의미 없는 수색을 지켜보자는 게 나락에 빠진 유족에 대한 위로로 적절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마저도 대변인을 통한 대리 답변에 그쳤을 뿐”이라며 “외려 포기를 종용하는 듯한 허망한 위로를 듣고자 이 나라 대통령님께 어린 학생이 한 맺힌 편지를 올린 것은 아닐 것”이라고 비꼬았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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