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쿼드’(Quad) 4개국 외교장관이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모였지만 공동성명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강공책을 앞세운 미국과 달리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호주, 일본, 인도는 반중 일변도로 대응하기에는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는 국가군이다. 또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에 맞물려 비동맹국 지위를 고수하던 인도가 합류하면서 구성된 협의체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미국 뉴욕에 이어 1년여 만에 개최된 두 번째 회의다.
‘쿼드 블록’에 가장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참여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회담에 앞서 일본 공영방송 NHK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는 너무 오랜 기간 중국의 위협에 노출돼 왔다”, “중국공산당의 착취와 부패, 강요로부터 우리 국민과 파트너들을 지켜야 한다”고 중국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아시아 방문 때 한국과 몽골도 찾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순방 일정을 줄인 가운데 쿼드 회담가 열린 일본은 예정대로 찾았다.
AP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인도·태평양 4개국이 중국의 착취, 부패, 강압에 맞서 협력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코로나19 대유행을 은폐하고 악화시킨 것은 물론 자유와 민주주의,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을 정조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3개국 장관과 일대일 회담을 개최한 자리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증대에 관한 우려를 공유하며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AP는 전했다.
이런 행보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반중 블록’ 형성이 절실하다는 미국의 대중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는 쿼드를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구축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안보협의체로 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쿼드 확대 개편시 한국도 대상국으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4개국 중 미국, 인도, 호주 등 최소 3개국이 중국과 불화를 겪고 있는 와중에 이번 회의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전방위로 중국과 갈등하는 상황이고, 인도는 히말라야 국경에서 중국과 40년 만에 가장 큰 충돌을 빚었다. 호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에 관한 독립적 조사 지원을 놓고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 탓인 듯 각국 외교장관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정세를 주요 의제로 논의한 뒤 인도·태평양이 자유롭고 열린 공간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공통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중 견제라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4개국이 얼마나 밀도있게 협력하고 공동 행동에 나설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의 시각도 상당해 보인다. 쿼드 회원국이 중국과 관계에서 처한 입장이 서로 달라 확실한 단일대오를 형성하기에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참여국 대부분이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지만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한 것은 경제적으로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호주의 수출국 1위, 일본의 수출국 2위, 인도의 수출국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이번 쿼드 회의 때 회원국들은 공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정작 미국을 제외하면 중국을 직접 거명한 나라는 없었다. AP는 “쿼드 회원국은 중국이 공동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하지만 구체적 조처에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로이터도 “대중 공동 전선이란 미국의 요구는 중국과의 무역에 의존한 국가에는 민감한 주제”라고 분석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쿼드 외교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안보와 경제적 이니셔티브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지만 중국을 언급하진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스가 총리는 최대 무역국인 중국, 유일한 군사적 동맹인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그는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에서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동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이번 회의의 가치는 구체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도 각국의 이익이 다르기 때문에 쿼드를 대중 포위망으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구상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은) 이번 회의 결과는 예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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