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反)독점법의 역사는 ‘반독점의 대헌장’으로 불리는 지난 1890년 ‘셔먼법’에서 시작한다. 우월적 시장지위 남용, 담합, 각종 제휴 등을 통해 경쟁을 제한하거나 회피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게 이 법의 기본정신이다. 이후 1914년 셔먼법을 보완하는 크레이턴법과 연방무역위원회법이 잇따라 발효됐다.
반독점법에 의해 거대 기업이 쪼개진 대표적 사례는 1911년 미 연방대법원의 스탠더드오일 분할 명령이다.
스탠더드오일 창업자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단순한 사업보다는 독점에서 얻은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래서 여러 정유회사가 스탠더드오일에 주식을 신탁하는 트러스트(기업연합) 방식으로 덩치를 키워 미국 석유 시장의 88%를 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연합을 거부하는 정유소는 덤핑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망하게 했다. 미국 철도 업계의 가장 큰 화주라는 입장을 활용해 경쟁자에게 차별적인 운송료를 적용하도 했다. 이런 식으로 록펠러는 ‘석유왕’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인물이 됐다.
이렇게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망하게 하고 경쟁을 회피하는 일이 생기자 존 셔먼 상원의원이 반독점법을 발의했고 1911년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스탠더드오일은 34개 회사로 분할하게 된다. 34개 회사가 각자 경쟁하라는 의미다. 이렇게 태어난 회사들이 엑손, 모빌, 셰브런 등이다. 그해 미국 담배 시장의 90%를 차지하던 아메리칸타바코도 16개 회사로 쪼개졌다.
1920년대에는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US스틸이 셔먼법의 타깃이 됐다. 미국 철강의 3분의2를 장악했지만 연방대법원이 “덩치가 크다고 다 독점은 아니다”라고 판결해 위기를 모면했다.
1942년에는 미국 방송산업을 독점했던 NBC가 강제 분할됐고 1984년에는 미국 통신 업계를 독점했던 AT&T도 지역 사업별 7개의 ‘베이비벨’로 쪼개졌다.
기술기업들의 반독점 문제가 부각된 것은 1980년대 이후다. IBM은 13년간 조사와 재판을 받은 끝에 1982년 법무부의 고소 취하로 사건이 끝났고 인텔에 대한 반경쟁행위 조사는 1999년 인텔과의 타협으로 결말이 났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윈도 제품에 기본 탑재해 독점 문제를 일으켰다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면 법 적용을 면제해주는 ‘반독점면제’ 제도를 활용해 빠져나갔다. 전자상거래 아마존의 경우도 “싸게 파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반독점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실리콘밸리 신흥 테크기업들은 기발한 사업모델과 독보적 기술을 통해 ‘시장을 독차지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풍토다. 동종 업계의 유망 기업은 크기 전에 인수해 싹을 자르기도 한다. 본질적인 사업경쟁력뿐 아니라 경쟁 자체를 제거하는 것 또한 상당수 기술기업의 주요 목표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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