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 첫날부터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55)씨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강하게 충돌했다. 특히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은 증인 채택을 둘러싼 실랑이로 30여분가량 지연됐으며, 오전 내내 본 질의를 시작하지 못했다.
7일 국민의힘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 의사진행 발언에서 서해 피살 공무원의 친형 이씨의 증인 채택을 거부한 여당을 강하게 질타했다. 외통위 간사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피살 공무원의 형이 오늘 스스로 외통위에 와서 증인 선서를 하고 진술한다고 하는데 (여당의 반대로) 요청이 묵살됐다”며 “국제기구에 호소하면서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오늘 꼭 (증인 신청)을 받아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도 “잔혹하게 살해당한 공무원의 친형이 스스로 국감장에 출석해 진술하기를 원한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슬픔과 고통에 젖은 유가족의 목소리를 청취해야 한다”며 “외통위는 동생의 참혹한 희생에 대해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상임위원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태용 의원 역시 이씨가 현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 하지만 주무부처 장관 등이 유족들과의 만남을 거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람이 먼저’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억울하고 참혹한 일이 생겼는데 장관은 무슨 일을 해서 시간이 없느냐”며 “현 정부 사람들은 만나지 못하고, 유엔사무소·반기문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대표를 만났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우리 국민이 억울하게 죽었고, 그 형이 외통위에서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본인이 오겠다고 했는데 막겠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행정부에 이어 국회도 문을 닫아야겠느냐. 국회가 당연히 문을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씨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요청할 것이 있어 국감에 출석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씨는 강 장관에게 제네바 북한대표부와 평양 세계보건기구를 통해서 북한의 답변을 듣도록 요청을 드리려는 것으로, 외통위가 이것조차 막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씨를 증인으로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유가족들은 진실 규명이 미흡하다고 한다”며 “특히 월북에 대한 정부 발표와 유가족간의 입장 차이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진행 중인데 친형이 일방적으로 ‘월북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면 국민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저희 당의 입장”이라고 맞섰다. 또 “국방위원회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증인이 채택되면 정황 파악이 되겠지만, 정보를 다룰 수 없는 외통위에서 이씨를 (증인으로) 부른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 역시 “취지는 충분히 알지만, 유가족 중에서 이 일이 언론과 정치권에서 정쟁화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들었다”며 “사실 관련 자료 등 정확히 접근할 수 있는 상임위인 국방위에서 다루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국방위로 공을 돌렸다.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의 기싸움이 계속되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전 10시58분 “여야 간사 협의를 위해 정회하겠다”며 “회의는 10분 후 속개한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회의는 정회 이후 1시간이 넘게 흐른 낮 12시3분경 속개됐다 5분 만에 다시 정회됐고, 이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참석하지 않았다.
농해수위 국감에서도 이씨 증인 채택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논쟁은 이어졌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우리 국민이 총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져 국민의 공감대가 커졌는데, 농해수위 차원에서 실종된 공무원의 친형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민주당과) 합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이라도 실종자의 친형을 해수부와 해경 국감 증인으로 모셔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동조사와 수색, 해경의 조사 등 절차를 거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이 문제를 정쟁 수단으로 삼아 논쟁하는 것보다 이번 국감은 사전 합의된 증인들로 진행하는 게 타당하다. 이 문제로 또 국감을 파행시키는 건 국감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이 침해된 사건을 논의하는 게 왜 정쟁 사안이냐”며 “월북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국민이 상임위 (국감)를 보면서, 양쪽 견해를 들어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하자”고 했다.
40여분간의 긴 공방에도 결국 여야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농해수위 증인 목록은 이씨를 제외한 채 채택됐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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