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별지 기재 채권을 가압류한다.”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위 채권에 관한 지급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백화점(제3채무자)에 근무하는 김 대리는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으로 A납품업자(채무자)에 대하여 납품대금을 지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가압류 결정문을 받고, 법원의 결정에 따라 A납품업자에 대한 납품대금 지급을 보류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실시됐고, 김대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공무원으로부터 가압류된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의 상품판매대금 지급 의무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과 연 15.5%의 막대한 이자도 지급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게 된다. 또한 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는다. 김대리는 법원의 명령에 따랐을 뿐인데, 대규모유통업법에 위반된다고 하니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이에 김대리는 조사 공무원에게 법원의 가압류 결정이 있었다고 항변해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과연 김대리는 어떻게 했어야 하는 것일까?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는 위수탁거래, 특약매입거래, 매장임차인의 상품판매대금을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40일 이내에 납품업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면서 이 법정 기한을 경과하여 대금을 지급할 경우, 경과 기간 동안 연 40%의 이내의 범위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로 정한 지연 이자(현재 연 15.5%)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 미지급 대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취지의 지급명령,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은 채권의 가압류는 제3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그칠 뿐이므로, 가압류가 있더라도 그 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제3채무자는 그 지체책임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 제3채무자로서는 민사집행법 제291조, 제248조 제1항에 의한 공탁을 함으로써 이중변제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로써 이행지체의 책임도 면하게 되므로,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의 상품판매대금 채권에 관하여 가압류명령을 송달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법정지급기한 도과로 인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하였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6두55896 판결).
결국, 납품업자의 납품대금에 대하여 가압류 결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대금 지급을 보류하여서는 아니 되고, 대규모유통업법이 정하는 법정 기한 내에 공탁을 해야 하며, 법정 기한이 경과하여 공탁할 경우 경과 기간 동안의 지연이자도 함께 공탁해야 한다.
물론, 실무적으로 공탁절차의 복잡성 및 비용 소요, 폐업 사업자에 대한 공탁절차 어려움 등을 이유로 애로점을 호소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 또한 대규모유통업법은 거래상지위남용행위를 금지하는 특별법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가압류로 인한 대금미지급은 거래상지위남용과 무관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대규모유통업법 영역에서도 가압류가 있을 경우 공탁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법 위반이 발생되지 않도록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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