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은 전날에도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만나 “기업들이 세계적 무대인 프리미어리그에 나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우리 기업들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지 기업을 골탕먹이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가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면서 규제 3법 처리를 서두르는 것은 대권 도전을 의식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의 반(反)기업 정서를 활용하려는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다. 경총 측에서 “선진국에 없는 입법을 하면 우리 기업의 대외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호소했으나 여권의 일부 인사들은 외려 “선진국은 그런 입법이 필요하지 않아서 안 했을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기업들은 나쁘다’는 흑백논리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면 ‘개혁 대상’으로만 몰아붙이는 말이 나올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코로나19 위기를 ‘전시상황’에 비유하면서 기업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기업 규제 3법을 무작정 밀어붙이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다. 나라의 운명이 걸린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대표선수들의 체력과 사기를 뚝 떨어뜨려 놓고 반드시 이겨달라고 응원하는 꼴이다. 미국은 향후 10년간 3,500억달러(약 400조원) 이상을 기업 등에 수혈해 기술패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글로벌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제조 2025’ 계획을 세워 첨단산업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강국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표선수 지원에 나서는데 우리는 되레 선수들에게 족쇄나 모래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셈이다. 정치논리에 빠져 경제를 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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