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노동자’에 대한 지원 정책이 서울의 한 자치구를 넘어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에서도 사회 기능 유지를 위해 대면을 할 수밖에 없는 근로자가 있어 이들에게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업종을 지정하기가 어렵고 해외 사례도 통일되지 않아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게 문제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필수노동자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 등 11개 부처가 참여해 ‘필수노동자’의 안전 확보·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새로운 노동의 정의로도 볼 수 있는 ‘필수노동자’는 코로나 19로 비대면 근로 형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대면 업무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업종이 있는데다 대체로 임금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다는 데서 착안된 개념이다. 장애인 요양 보호사·버스기사·택배기사·간호사 등이 해당한다.
서울 성동구에서 지난 9월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제정하면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달 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코로나 감염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놓여있는 필수노동자들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고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말하며 정부 정책으로 승격됐다.
성동구는 사회복지 및 돌봄 보육서비스 종사자·마을버스 기사·경비원·청소원·개인병원 종사자 등을 필수노동자 업종으로 보고 6,000명에게 마스크 및 손 소독제를 지급했다. 성동구는 이들에게 코로나 19 무료 검진과 무료 독감 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위험수당도 지급한다.
정부도 이와 유사한 맞춤형 지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이 전날 발표한 ‘필수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에는 특수근로종사자(특고)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사유 제한과 전속성 기준 개편 계획이 포함됐다. ‘필수노동자’ 중 상당수가 특고 등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다만 ‘필수노동자’에게는 별도의 지원이 더해지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업종이 필수노동인가?’라는 개념 정립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버스 기사가 필수노동의 범위에 포함된다면 택시 기사도 비슷하게 봐야 하는가와 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성동구의 경우는 자치구이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에서 지원할 수 있는 ‘성동구 내의 마을버스기사·의원’ 등으로 업종을 추릴 수 있지만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개념 정립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국제 사례도 통일돼 있지 않다. 캐나다 퀘벡주의 경우는 ‘저임금’ 조건을 넣어 의료·사회 서비스, 민간 돌봄서비스, 음식점, 청소, 건물·유지관리 등으로 제한한 반면 영국의 경우는 종교인·기자·은행원·우편 종사자도 포함해 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의 경우는 총기 상점, 화분가게, 골프장도 필수 사업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필수·비필수 작업장을 가르는 규정이 명확한 기준을 통해 적용되지 않고 법적제재도 모호한 탓에 일부 소매 및 서비스 부문, 식품, 제도, 건설 부문에서는 여러 기업들이 우회하여 운영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구체적 업종 지정 과정에서 업종별 단체·노동조합 등 이익집단 등이 행동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필수노동자의 정의는 큰 틀에서 국민의 생명과 사회기능 보전을 위해 반드시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분야로 정리했다”며 “교통의 경우 대중교통 분야가 될 텐데 택시의 포함 여부는 부처에서 논의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종필 고용부 대변인은 “필수노동자는 아직 법적 개념이 아니다”라며 “상당히 많은 직종이나 업종이 필수노동자에 들어갈 수도 있어 여러 논의의 쟁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