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1월 귀임을 앞두고 돌연 잠적했던 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극비리에 한국으로 와 1년 넘게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같은 사실이 공개된 것은 조 전 대사대리 부인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성길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자진해서 왔다”고 말했다.
전날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가 나간 이후 정부당국은 이와 관련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정보위 보고를 통해 조 전 대사대리 입국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조 전 대사대리가 입국 한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공식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 정보가 노출된 배경에는 조 전 대사대리 아내가 언론사에 제보를 한 것과 관련이 있다느 관측이 나온다.
MBC 등 매체에 따르면 조 전 대사대리의 아내가 이번 정보가 공개되기 전 제보를 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고, 특히 아내는 “북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뜻을 전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특히 MBC는 조 전 대사대리 아내가 제3국을 거쳐 입국하는 과정에서도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했다는 정보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내 입국 과정에서는 아내가 귀순 의사를 문서를 통해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한편 조 전 대사대리 부부의 미성년 딸은 북한에 거주 중이다.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외교부는 조 전 대사대리가 종적을 감춘 뒤 딸은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공식확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전 대사대리 후임으로 부임했던 김천 당시 대사대리는 “딸은 잠적한 조성길 부부에 의해 집에 홀로 남겨졌기 때문에 부모를 증오했고 조부모에게 돌아가기 위해 평양에 가길 원했다”며 강제송환 주장을 부인했다.
하지만 딸의 북한행이 자발적인 것인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고, 조 전 대사대리 아내는 딸의 신변을 걱정해 ‘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취지로 여러 매체에 제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정보 노출로 조 전 대사대리 재북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탈북민 단체의 대북 활동 등으로 이탈 주민에 대한 정서가 극도로 나쁜 상황에서 북한 당국 역시 결속 차원에서 탈북민 규탄 군중 집회를 여는 등 이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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