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원 이틀 만에 백악관 집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끌어모으기에 나선 셈이다. 앞서 민주당과의 부양책 협상 중단을 지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산업 지원과 현금 지급 방안까지 언급했다. 부양책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에 시장과 여론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일부 분야를 ‘핀셋’ 부양하겠다며 서둘러 태도를 전환한 것이다.
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허리케인과 경기부양책 협상 관련 보고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방금 허리케인 델타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며 “해당 주 공무원들의 지침에 주의를 기울여달라. 우리는 그들과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이 집무실에 있을 때 관례적으로 해온 대로 웨스트윙 현관 밖에 해병대 초병이 서 있었다고 전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미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사실 어제(6일) 오벌오피스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마스크를 착용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 복귀는 그의 다급함을 보여준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 복귀를 공식화하면서 선거운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고받았다는 부양책은 전날 본인이 민주당과의 협상 중단을 지시한 사안이다. 하지만 지난 6일 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항공산업 지원을 위해 250억달러를 승인해야 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이어 국민들에게 1,200달러의 현금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나는 지금 서명할 준비가 됐다. 듣고 있나, 낸시?”라고도 적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겨냥해 부분적인 부양책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한 셈이다.
이 같은 부분 부양책 소식으로 이날 미국증시가 전날 대비 1.7~1.9%가량 상승했지만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CNBC는 “경기부양책 협상 중단에 대한 공화당 내 일부 비판 여론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분 협상안을 들고 나왔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추가 부양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부양책은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이 걱정이라며 추가 지원책이 없다면 미국이 비극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공개된 연준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연준 의원들은 “새 지원책이 무산되면 4·4분기 성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느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다수 위원은 미래의 재정지원 규모가 상당히 작거나 기대보다 상당히 늦은 시기에 집행될 경우에도 회복 속도가 기대보다 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번 의사록에서는 연준이 앞으로 자산매입 정책을 확대하거나 변경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바이오 업체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를 처방받은 것을 거론하며 “믿을 수 없었다. 즉시 상태가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러분 모두가 나와 같은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며 “나는 무료가 되게 할 것이다. 여러분은 돈을 낼 필요가 없다. 코로나에 걸린 것은 여러분 잘못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내가 코로나19에 걸린 것은 신의 축복이었다고 본다”고까지 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는 공짜라는 대통령의 말과 달리 그와 같은 치료를 받으려면 10만달러(약 1억1,600만원)가 넘게 든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60세 이상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및 치료비용의 중간값이 6만1,912달러인데 장기간 입원하는 상위 25% 환자는 무려 19만3,149달러를 내야 한다. 대통령이 탄 응급헬기 비용의 중간값은 3만8,770달러로 트럼프 대통령처럼 왕복으로 타려면 4만달러 이상이 든다.
검사비용도 마찬가지다. 미국 보험사는 의사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처방하는 경우에만 진단검사 비용을 내준다. 미국의 코로나19 검사비는 100달러 수준이지만 텍사스주의 한 드라이브스루 검사장은 비보험자에게 6,408달러까지 청구한 사례가 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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