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가 중국 공산당과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유착관계가 입증됐다며 원래 계획보다 2년 앞당겨 화웨이 5세대(5G) 장비를 전면 퇴출해야 한다고 자국 정부에 요구했다.
8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하원 국방위원회는 이날 사이버 보안 업계 전문가와 종사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5G 통신망 보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7월 영국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기존 5G 네트워크망에 설치된 화웨이 장비를 모두 철거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영국 정부가 이 계획을 2년 더 앞당겨 완수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영국 의회는 중국 공산당이 화웨이의 배후에 있다며 이는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서 영국 의회는 “(중국 정부가) 지난 3년간 화웨이 발전을 위해 약 750억달러(약 86조7,600억원)를 지원했다”며 “덕분에 화웨이는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장비를 판매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웨이가 중국 당국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정보·보안 및 지적 재산권 관련 활동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 정부 역시 화웨이 퇴출은 곧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영국 정부가 의회의 권고를 받아들이면 영국 통신사업자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영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브리티시텔레콤(BT)은 기존 일정대로 화웨이 장비를 철거해도 약 5억파운드(약 7,476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브리티시텔레콤은 성급한 퇴출 전략은 대규모 통신 정전 사태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영국 의회는 곧 화웨이 장비 철거 법제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의회는 화웨이 장비의 조기 철거가 통신사업자와 영국 경제에 부담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 국면이 정부의 선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화웨이 측은 “해당 보고서는 사실보다는 의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BBC방송에 전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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