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남북 공동조사에 응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재차 종전선언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간 정치·경제·문화·예술 분야 교류 촉진을 위한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화상 연례만찬 기조연설에서 ‘한미동맹의 발전’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역설한 것은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 이후 2주 만이다. 유엔총회 연설 직전인 지난달 22일 북한군은 북측 해역으로 넘어가 월북 의사를 밝힌 우리 해수부 공무원을 피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에 대해 사과하는 통지문을 보냈으나 남북이 밝힌 사건 경위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이라는 화두로 다시 북한에 손을 내민 것을 두고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거센 비판이 나온다. 다만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다시 언급한 것은 결국 남북이 통신선을 복구하고 교류를 시작해야 이 같은 비극적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신념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 2018년과 2019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화를 멈춘 채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며 “어렵게 이룬 진전과 성과를 되돌릴 수는 없으며 목적지를 바꿀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고 제도화할 때 우리의 동맹은 더욱 위대해질 것”이라며 ‘평화는 의견을 조금씩 나누고 바꿔가며 장벽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조용히 새로운 구조를 세워가는, 일일, 주간, 월간 단위의 과정’이라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이어 “당사자인 북한과도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이해하며 신뢰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갈 것”이라고 했다.
야권은 이날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비난을 쏟아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북한·평화·종전을 향한 대통령의 끝없는 집착에 슬픔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며 “공허한 외침 대신 국민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답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홍우·김혜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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