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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자존감을 높여준 배우라는 직업‥이제 자주 봬야죠”

‘더 드레서’로 9년 만의 연극 무대

황혼의 老배우 ‘선생님’ 역할 맡아

‘난타’ 제작자서 오랜만에 배우로

"배우겸 극단 대표인 배역에 동질감"

장유정 연출·안재욱·오만석 등 함께

배우 송승환이 8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연극 ‘더 드레서’ 제작 발표회에서 9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양문숙기자




“내 인생에서 자존감을 느꼈을 때가 언젠가 생각해보니 그건 배우를 할 때였어요.”

배우 송승환. 아역에서 출발해 친숙한 중견 연기자,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 라디오 DJ, 그리고 공연 제작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옷을 갈아입으며 활약해 온 그에겐 한동안 그 시작점인 ‘배우’보다 ‘공연 제작자’라는 수식어가 더 따라 붙었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의 기획자로서 좀처럼 연기자로 만나보기 힘들었던 그가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오는 11월 시작하는 정동극장 연극시리즈의 첫 작품 ‘더 드레서(THE DRESSER)’를 통해서다.

송승환은 8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더 드레서 제작 발표회에서 “최근 10, 20년은 배우보다 공연 제작자로서의 비중이 컸던 것 같다”며 “연기자로 그 비중을 옮겨가는 시작이 이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환의 연극 출연은 지난 2011년 4월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 ‘갈매기’ 이후 9년 만이다. 언 10년 동안 연극에서 좀처럼 만나볼 수 없었던 그를 무대로 불러낸 더 드레서는 20세기 후반 최고의 연극 중 하나로 평가받는 로널드 하우드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 겨울 영국의 지방 극장을 배경으로 인생 끄트머리에 다다른 노(老) 배우인 ‘선생님’, 그리고 그와 오랫동안 함께 한 드레서 ‘노먼’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인생의 회한과 관계, 주인공과 조연 등 삶에서 저마다 짊어진 역할 등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송승환은 ‘선생님’ 역을 맡았다.

배우 송승환은 연극 ‘더 드레서’에서 인생 끄트머리에 다다른 노 배우 ‘선생님’을 연기한다./사진=정동극장


수많은 캐릭터로 변신하면서도 정작 ‘배우 역할’을 했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평생 무대와 함께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선생님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늙어가는 배우의 이야기잖아요.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극 전체에 감정이 이입되는 이야기예요.” 자신이 평생 걸어온 길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꼈다. 그는 “배우에 관한 이야기 다룬 작품이 많지 않기에 대본 처음 봤을 때 바로 우리들 이야기라는 게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극 중 ‘선생님’은 노 배우이자 극단의 대표다. 연기자요 공연 제작사 PMC 프러덕션의 대표인 송승환이 여러모로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캐릭터다. 전쟁 중 공습경보가 울리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연극을 올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코로나 19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현 공연계의 상황과 맞물려 남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송승환은 “우리도 지금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지 않으냐”며 “지금 상황에서 와 닿는 게 컸다”고 전했다.

연극 ‘더 드레서’의 연출을 맡은 장유정이 8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작품 제작 발표회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양문숙기자




송승환의 연극 복귀에 화려한 연출진과 배우들이 선뜻 힘을 보태고 나섰다. 이번 공연의 연출과 각색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 ‘그날들’을 연출한 장유정이 맡았다.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공연에서 송승환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장 연출에게 이번 작품은 5년 만의 연극 작업이다. 그는 “작품 선택에 있어 나나 송승환 선생님이나 이견이 없었다”며 “작품 속의 ‘그럼에도 우리는 왜 연극을 해야 하는가’라는 부분에 마음이 끌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승환과 합을 맞출 ‘노먼’ 역에는 안재욱·오만석이 캐스팅됐고, 정재은·배해선·송영재 등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정동극장이 올해부터 매년 선보일 연극 시리즈 첫 작품인 ‘더 드레서’의 연출·출연진이 8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양문숙기자


베테랑 배우들이 빚어낼 최고의 호흡은 11월 18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정동극장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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