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구매에 나선 소비자들과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7~8월 기록적인 폭우가 한반도를 덮치며 발생한 침수차량들이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정상 중고차로 탈바꿈해 시장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7~8월 기록적 폭우와 연이은 태풍으로 재산 피해도 ‘역대급’을 기록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개사 기준 자동차 침수 피해 접수는 총 2만1,194건, 추정 손해액은 1,157억원에 달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침수차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중고차 점검 동행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 자동차 정비 동행 서비스 업체는 올해 7~8월 들어 차량 검수 서비스 고객이 전년 대비 약 15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C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문의를 하는 고객 가운데 30~40% 정도가 침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에서 동행 서비스를 병행하는 정비사 권모(45)씨는 “8월 중순까지만 해도 거의 침수차 관련 문의는 없었는데 9월 중순부터 관련 문의가 점점 늘더니 이번주에만 3~4명의 손님과 상담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가 차량이나 최근 출고된 차량의 경우 폐차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불법 경로를 통해 ‘부활’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정비 수십년 경력의 정비사 A씨는 “억대를 넘는 비싼 차량일수록, 신차일수록 잔존가치가 높아 부품을 교체하고 잘 닦아놓으면 비싼 값을 받고 팔 수 있다”며 “일각에서는 여전히 폐차해야 할 차량을 빼돌린 뒤 고쳐서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행태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침수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나오기까지 통상 두 달 정도가 소요된다.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기도 전인 올 9월 한 달 동안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침수차 관련 민원은 총 13건이다. 1~8월 월평균 민원이 6건이었음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2018년 4월부터 침수차량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자동차 관리정보 시스템으로 폐차이행 여부를 추적하는 ‘폐차이행확인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씨는 “보험사와 폐차업자들이 마음만 맞으면 폐차확인서를 발급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당국의 감독을 피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자차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차량이나 침수차 정비 이력을 보고하지 않는 관리 사각지대가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