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BLACKPINK)는 데뷔 때부터 뛰어난 실력과 확실한 콘셉트로 주목받는 걸그룹이 됐다. 이제는 전 세계를 누비는 ‘K팝 퀸’이 된 이들은 음악적 성장을 앞세워 전 세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블랙핑크의 콘셉트는 항상 강했다. 데뷔 초 여느 걸그룹이 한 번씩 거쳐 가는 청순·큐트 콘셉트가 아닌 강렬함에 치중했다. 차별화된 콘셉트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한 소속사 선배 걸그룹 2NE1과 비슷한 행보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YG엔터테인먼트만의 색깔이 짙게 묻어있어 많은 음악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랙핑크의 음악은 콘셉트와 상반된 것이 많다. 데뷔 초 블랙핑크의 음악은 크게 사랑을 갈구하는 이야기와 당당한 자신을 뽐내는 이야기로 나뉜다. 콘셉트 자체가 걸크러쉬라서 항상 자신감 넘쳐 보이지만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사랑에 다치고 아파하는 소녀의 모습이다.
데뷔곡 ‘붐바야(BOOMBAYAH)’는 당당하고 카리스마 있는 나를 표현한 곡으로 ‘문을 박차면 모두 날 바라봄 / 굳이 애써 노력 안 해도 / 모든 남자들은 코피가 팡팡팡’라는 직설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반면 데뷔 더블 타이틀곡 ‘휘파람’은 ‘24 365 / 오직 너와 같이 하고파 / 낮에도 이 밤에도 / 이렇게 너를 원해’ ‘이대로 지나치지 마요 / 너도 나처럼 날 / 잊을 수가 없다면 WHOA / 널 향한 이 마음은 Fire / 내 심장이 빠르게 뛰잖아 /점점 가까이 들리잖아’처럼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소녀의 간절한 마음이 묻어난다.
그런 소녀들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첫 정규 앨범 선공개 싱글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는 제목부터 사랑 앞에 냉정해졌다. ‘천사 같은 Hi 끝엔 악마 같은 Bye / 매번 미칠듯한 High 뒤엔 뱉어야 하는 Price / 이건 답이 없는 Test 매번 속더라도 Yes / 딱한 감정의 노예 / 얼어 죽을 사랑해’ ‘나 어떡해 나약한 날 견딜 수 없어 / 애써 두 눈을 가린 채 / 사랑의 숨통을 끊어야겠어’라는 가사는 겉모습만 강한 소녀가 아닌 내면까지 단단해진 여성이 그려진다. 사랑에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나아가는 여성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후 전곡 공개된 정규 앨범에서 블랙핑크는 확실하게 성숙해졌다. 대중가요에서 여전히 ‘사랑’이라는 소재는 빼놓을 수 없지만, 더 이상 사랑에 목 매거나 갈구하지 않는다. 타이틀곡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는 멤버 제니와 지수가 데뷔 후 처음으로 작사에 참여해 이들의 성장의 의미를 더했다. 정규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수는 “사람은 사랑이나 꿈에서 좌절을 한 번씩 맛본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무언가를 찾아서 일어나고, 이렇게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하며 자신들이 노래하는 곡에 더 진중해진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블랙핑크는 자신들의 성장을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블랙핑크만의 색은 잃지 않으면서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더 깊고 성숙해졌다. 제니는 “데뷔 때보다는 조금 더 성장한 소녀들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이번 수록곡에도 여러 감정의 사랑뿐만 아니라 소녀에서 조금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면까지 강해진 진짜 걸크러시로 나아가고 있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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