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에요.”
한글날이자 연휴의 시작인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는 혹시 모를 대규모 집회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경찰 인력들로 가득 찼다. 광장 주변 인도 곳곳은 통행이 제한됐고, 버스들은 정류장에 멈추지 않은 채 그대로 광화문을 통과했다. 경찰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점들 대부분은 이날 문을 열지 않고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오픈 시간에 맞춰 영업을 시작했다가 주변 상황을 보고 이내 셔터를 내리는 곳도 있었다.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남모씨는 “새벽부터 지금까지 일반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며 “대목이어야 할 공휴일인데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편의점들은 본사의 영업 규정에 따라야 해서 문을 닫을 수도 없다”며 “인건비와 전기세만 나가고 매출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인도를 가로막고 있는 철제 펜스와 경찰 차벽을 지켜보던 상인들은 통제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역에서 가게까지 5분도 안 되는 거리인데 6번이나 경찰에 붙잡혔다”며 “이렇게 막아대면 손님들이 이쪽을 지나갈 수나 있겠나”라고 반발했다.
집회를 열려고 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근처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사스, 메르스 사태를 다 이겨내며 16년을 장사했는데 이번처럼 장사가 안된 적은 처음”이라며 “안 그래도 힘든데, 집회까지 겹쳐 정말 못 살겠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국가적인 재난 상황인 코로나 19를 극복하는 게 먼저”라며 “주변에 이렇게 큰 피해를 주면서까지 집회를 강행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에 따르면 7일 정오 기준 서울 지역에 신고된 집회는 1,210건이다. 경찰은 이 중 인원이 10명 이상이거나 중구·종로구 등 집회 금지 구역에 신고된 137건에 개최 금지를 통고했다. /김태영기자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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