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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출입증 보여줘야 통행허가..."과도한 공권력 행사" 지적

[계속되는 광화문 집회통제 논란]

목적지 말하는 경우에만 길 터줘

경찰이 운행한 셔틀버스도 부실

시민 "방역조치라지만 너무 불편

'봉쇄 답습' 벗어나 새 방식 필요"





한글날인 9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 한글날인 9일 오후1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종로문화원 앞에 서 있던 강모(35)씨는 ‘셔틀버스는 30분 후에 온다’는 경찰의 말에 탄식을 뱉었다. 강씨는 “약속 장소에 가야 하는데 버스에서 잘못 내렸다가 통제된 곳이 많아 한참을 헤맸다”며 “경찰이 셔틀버스를 운영한다길래 기다린 건데 배차간격이 이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강씨는 “방역도 좋지만 너무 불편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불법집회가 열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 차벽 및 펜스 설치, 검문 등 각종 수단을 총동원했다. 광화문 앞 세종대로로 향하려는 시민이 있으면 “바깥 길로 돌아서 가야 한다”고 안내했고 이마저도 목적지를 말한 경우에만 통행을 허가했다. 지난 3일 개천절에 ‘위헌 논란’을 빚은 경찰 차벽은 규모가 축소됐지만 수많은 경찰버스가 광화문 일대 도로를 에워싼 모습은 여전했다. 경찰은 또 서울광장 앞, 광화문광장 옆 등 인도에 펜스를 겹겹이 설치하고 경찰병력을 배치해 사람이 밀집할 수 없도록 막았다.

한글날인 9일 오후 2시께 중구 숭례문 앞에서 경찰이 차량검문을 실시하고 있다. /허진기자


경찰의 광화문 봉쇄로 이날 불편을 겪은 시민은 강씨뿐만이 아니었다. 휴일근무를 위해 직장을 찾은 최모(33)씨는 “회사로 간다고 했더니 (경찰이) 출입증을 보여달라고 하기에 보여줬다”며 “회사로 가는 동안 이 일을 여러 번 반복했는데 아무래도 피곤하다”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시민은 신분증이 없어 통행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한 경찰과 목적지까지 동행하기도 했다.

경찰청장이 국정감사에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적어도 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와 전염병 예방 사이에서 정부가 고민했다지만 집회 봉쇄라는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기보다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글날인 9일 오전 시청역 앞에서 한 시민이 경찰의 검문에 응하고 있다./김태영기자




경찰의 봉쇄에도 일부 보수단체들의 집회는 계속됐다. 앞서 광화문 인근에서 1,000명 규모의 집회를 계획했다가 경찰과 법원으로부터 금지 통고를 받은 보수단체들은 이날 곳곳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로 구성된 ‘8·15 광화문 국민대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1시께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집회금지 조치가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고 비판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법률대리인인 강연재 목사를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집회의 자유라는 두 가지 목적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며 “야외집회에 맞는 맞춤형 방역수칙을 마련한 뒤 집회를 열도록 하고 관리·감독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하겠다”고 했으나 경찰의 통제에 막혀 무산됐다.

한글날인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8·15 광화문 국민대회 비대위 관계자들이 현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8·15 시민 비상대책위원회’는 당초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지만 광장 출입이 통제되며 두 차례 장소를 옮겼다. 이들은 인근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지하철과 카페에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야외·차량 집회를 막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했다.

한편에서는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지난 개천절처럼 9대 이하의 차량으로 구성된 ‘드라이브 스루’ 시위도 진행됐다. 애국순찰팀의 차량 9대는 각각 서초구와 광진구에 위치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자택 인근으로 행진했다. 지난달 30일 법원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이유로 소규모 차량시위까지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방역수칙을 지켜가며 시위를 개최하면 된다고 판결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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